젊은 시절, 그러니까 10여 년 전 나도 한 때 매일 아침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곤 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많이 흘러 아줌마가 되어 헬스장에 가니까 감회가 새로웠다. 처음 헬스장에 갈 때에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운동기구에 앉는 것부터 부끄러웠다. 다들 나만 쳐다보며 '아줌마가 또 처음 운동하러 왔나 보네. 일주일 뒤에면 못 볼 얼굴이구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지나가는 트레이너만 보면 내 운동방식이 잘 못되었다고 꾸중을 들을 것 같았다. 헬스장만 오면 주눅 들고 작아지는 나였다.
그렇게 일주일 3번씩 다니기 시작해서 5개월이 되었다. 이제는 헬스장이 익숙한 곳이 되었고 주눅 들지는 안는다. 여행을 가거나 큰일이 없는 한, 주 3일 빠짐없이 헬스장에 갔다. 남편이 지시한 근력운동들을 하고 있다. 이제는 체력도 많이 회복되어서 10킬로 아기를 업은 채로 4시간 정도 등산을 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다.
운동을 하기 시작한 이유는 날씬해지고 싶어서도 있겠지만 그 보다 더 큰 목적이 있었다. 점점 늙어가는 나 자신을 보니 경각심이 들었다. 아기를 낳고 나면 관절이 여기저기가 아프고 무릎도 쑤시고 손목도 아팠다. 그런데 그것을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여기저기 아프고 침대에 누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건강하게 아이들과 같이 산에도 가고 들에도 가고 여행도 다니고 싶었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다.
남편은 꾸준히 15년째 헬스를 다니면서 인생전성기 몸매(!)를 가지게 된 것도 나의 동기를 자극하는데 한 몫했다. 나만 늙고 남편은 젊음을 갱신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 15년 갈고닦은 헬스지식을 나에게 쏟아주어서 나도 쉽게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으니 감사해야 할 일이다.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아기를 보는 것보단 운동을 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이건 정말이다...) 내가 하고 있는 운동의 강도가 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니기도 하고 아기들과 뒹굴 거리며 바닥에 누워서 기저귀를 갈고 밥을 먹이고 하는 것보다 그래도 일주일에 세 번이라도 바깥바람을 쐬고 일상을 사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는 외출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이것이 내가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임신 기간 동안 발에 혹이 생겼다. 정형외과에서 간단하게 혹을 제거했다. 아주 작은 손톱만 한 것이 그리 크지도 않았다. 실로 꿰매어서 실밥을 풀었는데, 수술부터 회복하기까지 거의 한 달이 걸렸다. 발이 완전히 회복되면 마라톤도 시작할 생각이다.
날씬해지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나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다. 아이들과 신나게 놀고 싶다. 피곤에 지쳐서 하루하루 생존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운동을 할 것이다. 그리고 건강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평화로운 쌍둥이 육아 에세이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재는 여기까지 하고 "평화로운 다둥이 육아 에세이" 다시 연재를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