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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Feb 18. 2023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오늘은 한 달 만에 어머니를 만나러 부산에 갈 예정이다. 고관절 수술을 한 병원에 가서 수술 후 회복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외래 진료가 예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보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호박죽을 끓였다. 남편이 직접 농사지어서 키운 커다랗고 속살이 노랗게 잘 익은 것을 골라서 불려둔 찹쌀을 넣어서 맛있게 정성을 담아서 만들었다. 갓 만들어진 따끈한 죽을 드시기에 편하도록 소분해서 일회용 용기에 나누어 담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부산에 도착 후 나는 어머니가 있는 요양병원에 곧 도착 예정이라고 시누이에게 전화했다. 내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서 시누이 내외도 병원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어머니를 휠체어에서 차 안으로 들어 안아 이동시키는데도 사람 몇 명이나 붙어서 끙차끙차 해야 겨우 자리에 앉힐 수 있었다. 수술 후 재활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하는데도 어머니 기분에 따라 열심히 하는 날도 있지만 주로 운동하기 싫어한다고 했다. 그나마 있던 근력이 더 떨어지고 혼자서 일어서서 몸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없게 되고 전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수술한 병원에 외래 접수를 하니까 X-ray 먼저 찍고 다시 접수창구로 오라고 했다. 방사선 실 앞 접수대에 가서 접수증을 보여주니까 담당자는 사무적인 얼굴로 골반 부위 사진을 찍어야 한다면서 갈아입힐 바지를 건네며 옆 쪽에 있는 탈의실에 가서 바지를 갈아입히고 대기하라고 했다. 오늘 어머니가 입고 오신 바지도 고무줄 바지고 지퍼 같은 금속 종류가 없어서 그냥 X-ray를 찍어도 될 것 같아서 담당자에게 이야기했더니 바지 갈아입히지 말고 입고 계신 옷 그대로 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하마터면 거동이 불편하고 혼자 일어설 수도 없는 사람한테 바지 갈아입힌다고 보호자들이 생고생을 할 뻔했다. 이처럼 X-ray촬영이 예정되어 있다면 지퍼, 브래지어 등 금속류가 있는 옷은 피하고 면으로 된 옷과 고무줄 바지를 입고, 장신구류는 다 제거하고 병원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담당 주치의 선생님은 좀 전에 찍은 X-ray 영상을 보시면서 수술 후 경과가 좋지만 근력이 약하니까 인공관절을 잡아 주는 힘이 없기 때문에 향후 자세 변경 시에 조심하고, 재활 운동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을 했다. 일단은 수술 후 경과가 좋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다. 진료비 정산을 마치고 병원을 나오면서 어렵게 나온 외출인데 그냥 바로 요양병원으로 다시 모시고 가기가 아쉬워서 병원 근처의 공원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나갔다. 

  공원까지 가는 길은 대체로 평탄한 길이었지만 노면상태가 울퉁불퉁한 길이라서 휠체어를 운전하는 나는 양팔에 힘이 들어갔다. 휠체어 깊숙이 앉아계신 어머니도 울퉁불퉁한 길이 계속되자 몸이 바운딩이 되어 조금씩 앞으로 튕겨 나왔는지 하마터면 어머니가 휠체어에서 앞으로 떨어질 뻔했다. 이런 길 상태를 보면서 나는 속으로 휠체어 탄 사람은 바깥출입이 그림의 떡이겠다 싶었다. 이렇게 길이 안 좋으면 바깥바람 쐬고 싶어도 휠체어를 밀어주는 사람, 요양보호사나 보호자가 힘이 들어서 2번 나올 것을 1번으로 줄이거나  아예 집 밖으로 데리고 안 나오려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어머니의 병원 면회도 2주에 1번, 면회시간 15분으로 시간제한을 두는 등 외부와 차단된 환경에서 생활하고 계신다. 오래간만에 병원 밖에 나오니까 지나가는 사람, 산책 나온 강아지, 유모차 끌고 가는 애기엄마 등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병원과 다른 생동감 있는 모습에 어머니는 기분이 좋다고 했다. 병원에 갇혀 지내시는 다른 어르신들께는 미안하지만 어머니는 외래 진료 나온 김에 가족도 마음껏 만나고 산책도 하고 즐겁게 지내다가 요양병원으로 가시니까 그나마 병원 생활을 하면서도 다음 외래 진료일을 기다리는 낙이라도 있는데.... 어서 빨리 면회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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