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상의 고요 속에서 다시 나를 찾은 순간
출근길, 뚱이에게 “엄마 돈 벌고 올게” 인사하고 현관문을 닫는다.
아파트 복도를 걸을 때, 도어록이 잠기는 소리가 오늘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또 홀로 남겨진 뚱이에게 미안하지만,
어쩌면 나 자신에게 “오늘도 힘내자” 하고 다독이는 말인지도 모른다.
이제 내 하루는 고요하고 평안하다.
한때는 물 밖으로 나온 인어처럼 세상에 어울리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시간을 지나고 나니 내가 갈 곳이 어딘지 아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 덕분에 내 세상 속으로 조용히 잠겨 들며,
고통의 시간을 품어 나를 다시 껴안았다.
물이 대지에 스며들 듯, 그렇게 나는 서서히 나 자신에게 돌아왔다.
지금의 평화로움이 참 행복하다.
퇴근길 막히지 않는 도로를 달리며
계절이 바뀌어 가는 풍경이 신기하기만 하다.
싱그럽고 화사했던 산등성이들은 어느새 붉게 물들고, 곧 저물어 가겠지.
열매를 품은 나무들이 보석처럼 반짝일 걸 알기에,
짧은 가을의 한 자락을 움켜쥐듯 달린다.
운전석 창문을 열고 손가락 사이로 스치는 바람의 결을 느낀다.
현관문 앞에 서면 도어록 번호를 누르는 손이 분주해진다.
문이 열리고 꼬리를 흔드는 뚱이를 보는 순간,
내 얼굴엔 어김없이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뚱아!” 하고 부르는 목소리엔
하루를 무사히 살아낸 안도감이 서려 있다.
삶을 살아낸다는 건 참 힘들 수도 있다.
피곤하고 고단한 날도 많다.
그럴수록 내가 가진 이 평온이 얼마나 고마운지 새삼 느낀다.
내 세상이 보잘것없고, 이벤트 없는 하루가 허전할 때도 있다.
그래도 집에 돌아와 뚱이가 반겨주고,
산책 나가자는 말에 들뜬 발소리를 들을 때면 안다.
이 시간이 영원하지 않기에, 지금의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언젠가 추억이 되고, 먼 훗날 그리움으로 남을 거라는 걸 알기에
조금씩 마음이 저려온다.
커피를 내리고 책상 앞에 앉는다.
발치에 웅크린 뚱이를 바라보며 노트북을 켠다.
이 조용한 장면이 내 머릿속에 하나의 아름다운 순간으로 자리 잡는다.
그때, 잔잔한 행복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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