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마지막 눈빛을 기억해 주세요
정읍에 내려오자마자 바로 취업이 되었습니다.
처음 그 회사 면접을 보러 간 날,
회사 입구 한쪽에 조그만 비닐하우스가 있는 걸 보았고,
그곳을 고양이 몇 마리가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면접 시간에 맞춰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갔고,
인상이 참 좋았던 대표님과 즐거운 면접을 마쳤지요.
공손하게 인사하고 나오는 길,
초록색 눈동자로 저를 바라보던 한 고양이가
“가르릉” 하는 소리를 냈습니다.
조심스레 다가가 보았지만,
그 고양이는 잽싸게 도망가 버렸어요.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죠.
“외부인은 싫어요!”
계속 야옹야옹거리며 경계했어요.
며칠 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고
저는 기쁜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습니다.
그날, 정문 앞에서 그 고양이가 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여기 잘 왔어. 좋은 회사야.
항상 나에게 밥도 주고, 내 새끼도 돌봐준 고마운 곳이지.
넌 잘 온 거야. 오래 다녀봐.”
그날 이후 저는
그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출근하자마자 사료와 물을 챙기고,
가끔은 츄르도 싸다주며 그렇게 2년을 함께 보냈습니다.
하지만 녀석들은 여전히 자신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 녀석들! 나도 서운하지 않아, 뭐!
집에 가면 뚱이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버림받은 마음을 달랬습니다.
정읍에 내려와 보니
출퇴근길마다 로드킬을 당한 고양이 친구들이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도로 한가운데에 모로 누워 잠든 듯,
자신의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 듯 조용히 엎드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마음을 다잡고 조용히 성호를 그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기도했습니다.
“부디 무사히, 천국으로 가기를…”
사람들은 알까요?
그 아이들은 단지 길을 건너려 했을 뿐이라는 것을.
그저 눈앞의 불빛 하나가
희망처럼 보여서였을 뿐이라는 것을.
자기 몸보다 수십 배는 큰 바퀴에 치여,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마지막 힘을 다해 꼬리를 흔들며
‘살고 싶어요’라고 외쳤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일부러 그러시진 않았겠지요.
고속도로에서는 큰 사고가 날 수 있어
멈추지 못하셨을 수도 있지요.
그래도 그 순간,
잠시나마 그 아이들에게
“미안해”라는 마음을 가져주셨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저도 압니다.
이것 또한 그 아이들의 운명이라는 것을.
하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고,
그 어떤 존재보다 착한 아이들이기에…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잠시라도 가엾게 생각해 주신다면,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봐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감사할 뿐입니다.
�작가의 말
처음엔 단지 회사 앞 고양이들과의 짧은 인연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아이들은 제 하루의 일부가 되었고,
저는 어느새 그들의 엄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길에서 마주친 다른 고양이의 죽음 앞에서
저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단지 길을 건너려 했을 뿐인데,
너무도 조용히, 너무도 쉽게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저 작은 바람입니다.
우리 모두가 잠깐이라도,
그 존재들의 마지막을 가엾게 생각해 주시기를.
그리고 살아 있는 동안 그들이 느끼는 따뜻함이
우리의 손끝에서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그 아이들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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