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소화를 시킬 겸 뚱이를 데리고 1층으로 내려왔다.
뚱이는 화단 구석, 쓰레기 수거장 주변,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움직인다.
나도 뚱이가 보는 세상을 조금 따라가 보고 싶어 고개를 들어 올려본다.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에 초승달이 얇게 걸려 있었다.
침침한 눈을 비비며 다시 바라보니, 어느새 나는 초승달의 푹신한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손에는 길게 뻗은 막대기, 끝이 반짝이며 저 멀리 세상으로 드리워진 한 줄의 끈.
그 끈을 따라가 내려다보는 나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나와 마주친다.
서로의 시선이 닿는 순간, 각기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묵묵히 인정하게 된다.
그때 뚱이가 냄새를 다 맡았다는 듯 나를 힘껏 잡아끈다.
세상에 내려져 있던 그 끈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나는 다시 뚱이와 연결된 리드줄을 붙든 채 현실로 돌아온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시간은 지나갔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초승달에 걸터앉아 세상을 반짝이며 내려다보던 찬란한 나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뚱이 곁에서, 풀냄새와 흔적들 사이에서,
이곳이 내 세상임을 조용히 인정하며 걷는다.
우리는 더 이상 마주 보고 있을 수 없다는 걸,
구름에 감싸인 그 빛나는 나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초승달 위로 조용히 돌아갔고,
우리는 각자의 세계에서 멀어진 채 삶을 이어가게 되었다.
어둠이 내리고, 구름 막이 더욱 두꺼워지자
또 다른 나의 의미는 서서히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다시 뚱이를 바라본다.
초겨울 밤공기보다 더 촉촉한 눈빛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평소처럼 사랑스러운 눈으로 내 딸 뚱이와 마주한다.
그 순간, 내 평온한 세상이 조용히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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