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등을 밀어주던 날

by 도로미

김장을 끝내고 찾은 목욕탕.
원초적인 몸과 마음 그대로 들어간 그곳은
내가 기억해 온 오래된 목욕탕의 분위기 그대로였다.


뜨거운 열기와 습도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시름을 묵은 때처럼
조용히 흘려보낸다.
뜨끈한 탕에 앉아 있다 보면
문득 신선이 된 듯한 평온이 찾아온다.


예절 바른 어린아이는
엄마 손을 꼭 잡고 살금살금 탕으로 들어온다.
엄마는 그런 아이에게 식혜를 챙겨준다.
다른 쪽에서는 나이 지긋한 노모가
딸이 건네는 두유를 받으며 미소 짓는다.


엄마, 허기지니 이거 드세요.”

그 장면이 참 정겹고 따뜻하다.


그러다 문득,
나는 어느새 ‘엄마를 찾는 아이’가 된 것처럼
내 늙은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열심히 때를 미시는 엄마의 곁에 다가가
조용히 때타월을 집어 들고
엄마의 등을 문질러 드렸다.


아야… 괜찮은디… 니 혀라 힘등께.”


엄마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이제 나는 그 마음을 안다.
어릴 적 내 등을 밀어주던 엄마를
이제는 내가 챙기고,
허기질까 걱정하며 두유를 건네는 딸처럼
나는 그렇게 나의 노모를 바라보고 있다.


그날 목욕탕의 뜨거운 공기 속에서
나는 한 가지를 또렷하게 느꼈다.


사람은 결국 서로를 돌보며
조용히 나이 들어가는 존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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