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눈 아래에서 나를 돌아보다

퇴근길, 첫눈이 건네준 다짐

by 도로미

올해 첫눈이 내렸다.
어스름한 어둠이 도로 위에 내려앉을 즈음,
소복한 눈이 차 앞유리에 하나둘 인사를 건넸다.


잠시 후엔 마치 군중을 몰고 온 듯 하얀 요정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잘 있었어? 우리들은 너를 만나러 어김없이 왔어.”
그 말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반가움과 복잡한 마음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하지만 하늘에서 건네는 이 작은 요정들을 어떻게 밀어낼 수 있을까.
살을 에는 추위도, 봄날 벚꽃이 바람에 흩날릴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


와이퍼를 조심스레 작동시키자 부채꼴 모양의 포물선을 그리며
눈의 흔적이 사라져 간다.
히터의 열기로 가득한 차 안에서 문득 내일을 걱정한다.
길이 미끄러울 텐데, 나는 무사히 출근할 수 있을까.
가방에 챙겨둔 핫팩을 떠올리며 불안한 마음을 다독여본다.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다가왔다.
가을의 정취를 충분히 맛보지도 못했는데, 겨울은 언제나처럼 거대한 파도처럼 들이닥친다.


문득 달력을 바라본다. 딱 한 장 남은 올해.
그 뒤편에는 계엄의 충격, 어수선한 사회, 대통령 선거, 경주 APEC까지…
나라가 요동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 혼란 속에서 나 역시 나만의 희로애락을 조용히 통과해 왔다.


이제 또 하나의 사연이 피고 스러지며 나는 다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곧 다가올 2026년을 향해 작게, 그러나 단단하게 다짐한다.


내년엔 우리 잘 지내보자.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고생해 온 나에게 내가 먼저 힘이 되어주자.

앞으로도 수고할 나를 향해 나는 오늘도 조용한 응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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