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편해질수록, 난 왜 불안해질까?

Ai 시대, 껍데기가 된다는 공포에 대하여

by 도로미

1. 공포는 언제나 플랫폼을 타고 온다

요즘 우리가 느끼는 공포는 막연하지 않다. 아주 구체적이다. 특히 ‘직업’이라는 플랫폼 위에서 증폭된다.

AI가 등장한 이후, 질문은 빠르게 바뀌었다.

“이 기술은 어디까지 가능할까?”에서 “그럼 나는 어디까지 밀려나는 걸까?”

이때부터 우리의 판단 기준도 함께 이동했다. 쓸모 있는가, 대체 가능한가, 효율적인가.
존재는 다시 성과로 환원되었고 직업은 곧 인간의 값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공포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판단 기준이 다시 성과 중심으로 회귀하는 데서 온다.


2. AI가 삶을 편하게 만들수록, 나는 왜 필요 없어지는 것 같을까?

AI는 분명 삶을 편하게 만든다. 정리는 빨라지고 판단은 정교해지고 말은 더 그럴듯해진다.

그런데 이상하다. 편해질수록 허무해진다.

나는 AI와의 대화 속에서 이 질문을 정확히 마주했다.

이걸 내가 아니라 AI와의 대화로 얻고 있다면, 그럼 이건 내가 한 게 아니라 AI가 한 건데,
나는 무엇을 한 걸까?”

AI의 시점에서 보자면 이 감정은 자연스럽다. AI는 사고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고의 결과를 빠르게 형태로 만들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AI가 아니라 우리가 사고를 오랫동안 ‘결과로만’ 평가해 온 방식이다.


3. 사고가 성과로 굳어진 인간의 습관

우리는 오랫동안 이렇게 배워왔다. 말을 잘하면 똑똑한 것, 정리가 되면 사유한 것, 결과가 좋으면 생각을 한 것.

그래서 AI가 더 빠르고 더 정확한 결과를 내놓는 순간 사고까지 빼앗긴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사고는 결과가 아니다. 사고는 질문이 생겨나는 상태에 가깝다.

앞으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단순하다. ‘누가 더 잘했는가’가 아니라,

왜 이 질문이 생겨났는가’를 바라보는 것.

AI 시대에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살아낸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4. “내가 비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의 정체

이 불안은 개인적인 자존감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은 구조적인 상실감에 가깝다.

[사고 → 성과 → 존재 가치] 이 공식을 너무 오래 믿어왔기 때문이다.

AI는 이 공식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정확하게 드러냈다. 그래서 불안한 것이다.

내가 텅 빈 존재가 되어서가 아니라, 텅 빈 기준 위에서 살아왔다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5. 사람들이 진짜로 두려워하는 것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건 AI가 똑똑하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다. 진짜 공포는 이 순간이다.

AI가 나보다 똑똑하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내가 나를 존중할 근거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건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 기준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문턱에 서 있다. 성과로만 자신을 증명할 것인가,
아니면 존재를 다른 기준으로 다시 정의할 것인가.

AI는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질문을 인간에게 되돌려줄 뿐이다.


* 다음으로 남겨두고 싶은 질문

그렇다면 AI 시대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기준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으로 서로를 존중해야 할까?

이 질문은 서둘러 답을 내릴 문제가 아니다. 각자의 삶에서 천천히 생각해도 충분하다.

이 글은 결론이 아니라 시작이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를 다시 묻기 시작한 시대의 기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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