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목포야! 미안해

다시 돌아온 북교동 골목에서

by 도로미

외삼촌이 사시는 옥도에 가기 전,

엄마와 여동생, 그리고 나는 45년 만에 고향 목포에 잠시 들렀다.

언제든지 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다른 곳은 그렇게 자주 다니면서

왜 고향인 목포에는 오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문득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엄마는 어릴 적 살던 북교동 외갓집과 성당에 가보고 싶어 하셨다.

목포항에서 차로 15분쯤 걸리는 북교동은

유달산 자락의 언덕 위 동네라 골목마다 오르막이 이어졌다.

기억을 더듬으며 셋이 골목을 돌아다녔다.

“니들 여기 기억나냐?”

“나는 전혀 모르지! 그때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잖아. 언니는 기억나?”


나는 빙긋 웃기만 했다.

2살 어린 동생과 달리 나는 그 시절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북교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뛰놀던 풍경이 어슴푸레 떠올랐지만,

아쉽게도 일정상 그곳은 방문하지 못했다.


집들이 빽빽한 골목을 돌아

마침내 도착한 외갓집—하지만 더 이상 내가 알던 모습은 아니었다.

"여기가 이렇게 많이 변해버렸구나."

엄마는 담담히 말씀하시며 집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안에 들어가 보고 싶은데…"

문이 잠겨 있었고,

남의 집에 무작정 들어갈 순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아쉬운 발걸음을 겨우 떼어야 했다.

돌아서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보는 엄마.

그 모습에 나는 가만히 상상했다.

지금 엄마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그 어린 시절, 젊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7남매가 북적이며 살아가던 그 집,

그리움이 파도처럼 몰려오고 있겠지.


북교동 성당은 다행히도 그 시절 모습 그대로였다.

60년이 넘은 고풍스러운 성당,

정문을 지나 성모상 앞으로 올라가는 길,

그리고 계단 위 2층짜리 단아한 성당 건물.

어릴 적, 종탑 위에 계시던 아저씨가

나를 불러 주머니에서 사탕을 쥐어주던 기억까지 새록새록 떠올랐다.


성당 안팎을 둘러보다가

우리 이야기를 들은 자매님께서

흔쾌히 구경을 허락해 주셨다.

그 성당은 엄마 아빠가 결혼하신 장소이기도 했다.

앨범 속 외국인 신부님의 미소, 젊은 두 사람의 눈빛이 떠올랐다.

청량하게 울려 퍼지던 종소리는 보수 중이라 지금은 멈춰 있었지만,

한쪽에 놓여 있던 그 종을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너무 오랜만에 와서 미안해.”

사람이든, 장소든

어떤 것은 세월 속에 깎이고 사라져

다시 만나기 어려워지지만,

어떤 것들은 그렇게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누군가의 기억을 되살려준다.

그게 얼마나 고맙고 따뜻한 일인지,

나는 오늘 목포에서 배웠다.

목포항에서 배를 타고 옥도로 향하며

점점 멀어지는 항구를 바라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또박또박 약속했다.

“자주 올게. 그동안 오지 못해서 정말 미안했어. 내 고향, 목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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