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 한 입에 봄이 오다
제가 여섯 살이던 마지막 겨울,
목포 북교동의 좁은 골목 여관에서 살았습니다.
부모님은 여관을 운영하시며 참 부지런히 사셨어요.
엄마는 손님이 떠난 방의 이부자리를 걷어
큰 대야에 넣고 맨발로 세제를 풀어 밟으며 빨았습니다.
아빠는 여관 수리며 마당 청소, 창호지 바르기까지…
어린 제가 봐도 두 분은 하루도 쉴 틈이 없어 보였어요.
그때 여관은 제 눈엔 아주 커다란 세상이었습니다.
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소중한 공간이었죠.
“엄마! 나도 할래요!”
“아이고, 안 돼~ 미끄러워 다쳐. 저기 툇마루에 앉아 있어.”
엄마가 가리킨 툇마루는 결이 거친 오래된 나무였어요.
아빠가 가시 일어날까 봐 매일같이 초 칠을 하시던 그 마루.
그 위에 저는 얌전히 앉아, 이불을 지근지근 밟는 엄마를
말없이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때였어요.
멀리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수연아!”
고개를 돌린 저는 금세 알아차렸습니다.
호떡이 구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걸음으로 달려간 곳은 우리 집 뒤편,
작은 구르마 위에 불판을 얹은 호떡집이었어요.
동그란 호떡들이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구워지고 있었고,
아빠는 뛰어오는 저를 보며 활짝 웃으셨죠.
“따님이 참 귀엽네요.”
“하하,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내미지요~”
아빠는 저를 번쩍 안아주셨고,
저는 그 와중에도 호떡에만 시선을 고정했답니다.
“여기, 꼬마 아가씨! 제일 맛있어 보이는 걸로 골랐어요.
이건 아저씨 선물이야.”
호떡 아저씨는 다 구운 호떡 하나를
종이봉투에 싸서 건네주셨어요.
“와아, 고맙습니다!”
어린 저는 두 손으로 봉투를 꼭 쥐고
달달한 냄새에 이끌려 호떡을 한 입 베어 물었지요.
검게 녹아 흐르는 시럽이 입가에 묻고,
뺨은 빨개지고, 겨울바람은 차가웠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상하게도 아주 따뜻했어요.
봄날 같았달까요.
그날, 아빠의 웃음소리,
호떡 아저씨의 인자한 얼굴,
그리고 입안에 퍼지던 달콤한 맛.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겨울 여관 마당에 퍼지던 그 향기가
그대로 떠오릅니다.
호떡은 제게 음식이 아니라,
가장 따뜻했던 사랑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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