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진돗개를 처음 만난 곳

by 도로미

내장산 자락에 펼쳐진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아파트 주변에서

난 그 아이를 처음 만났다.

자주 뚱이랑 산책 가는 길이었고

곳곳에 관리가 안된 공터들이 많은 한 곳에

이미 털이 칙칙하다 못해 뭉쳐진 개 한 마리가

나와 뚱이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얼른 뚱이를 안아 들었다.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가까이 다가오는 그 녀석을 보니

젖이 축 늘어진 진돗개였다.

나는 이 아이가 새끼를 가졌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 녀석도 약간 무서워하는 나를 보더니

얌전히 뒤돌아 황량한 공터를 향해 돌아갔다.

며칠 후 비가 많이 오는 퇴근길

차창 너머로 도로변에 우두커니 서있는

그 아이를 발견했다.


얼핏 보니 두 개의 그릇이 보였고

하나는 빗물에 섞인 구정물,

다른 그릇은 사료가 퉁퉁 불어있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내내 그 아이가 신경 쓰였다.

그리고 구정물과 젖은 사료가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인 것 같다.

난 그 아이에게 사료와 물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우리 아파트 공터에서 텃밭을 가꾸는 이웃이

그 아이가 아파트 건너 공원에 자주 온다는 얘길 듣고

공원 한구석 정자에 있는 벤치 밑으로

사료와 물을 매일 갇다놓았다.


매일 퇴근 때마다

나는 집에서 사료와 시원한 물을 담아가면

사료통은 텅 비어 있고

물통은 깨끗하게 살짝 남은 걸 보고

이 녀석이 허기를 채웠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이런 행동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고

요령이 생기다 보니 차 트렁크에

사료와 생수병을 보관하게 되었다.

올 때마다 항상 비어있는 사료와 물통을 보면서

오늘도 잘 먹어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며칠 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료와 물을 챙기고

돌아보니 반대편 쪽에서 그 아이가 보였다.

사료와 물을 준지 6개월 만에 보는지라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그러나 그 아이는 이미 어미가 되었고

두 마리 새끼 진돗개가 뒤따르고 있었다.

순간 가슴이 뭉클하였다.

처음 볼 땐 앙상하게 말라 보였는데

이젠 제법 살도 오르고 예전보다

더 예뻐진 모습이었다.


뒤 따라오는 새끼 강아지들을 보니

너무 귀여워 저절로 만져지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웃는 얼굴로 다가갔다.

그러나 아직은 나를 경계하는 듯 뒷걸음쳤지만

나를 보는 눈빛만큼은 그 무엇보다 따뜻했다.


“물과 먹이를 주신 분이 당신이셨군요!

당신이 저와 제 아기들을 살려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들과 나와의 교감을..

난 어미개의 따스한 인사를 받고

정중한 미소를 지어주며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뒤돌아 보니 수북이 쌓인 사료와 물을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 진돗개 가족을 보면서

참 마음이 따스해진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새삼 느꼈다.

그날 이후로 그들을 만날 수 없지만

매일 퇴근길 빈 사료와 물통을 보면서

때로는 귀찮고 힘들어 손 까딱하기 힘들 때도

힘든 몸을 이끌고 또 그들에게 간다.


집에 돌아와

베란다로 나가 보면 잘 보이는 공원 벤치에

진돗개 가족들이 모여

사료와 물을 사이좋게 먹는 모습을 보며

맛있게 씹고 마시는 소리가

지금 내 귓가에 잔잔히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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