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이 나의 딸

제6화 냄새가 사라진 날

by 도로미

<<뚱이 나의 딸>>시리즈는

저와 반려견 뚱이의 10년간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 정기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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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를 데려오고 6개월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뚱이는 암컷이라 아기를 낳게 하지 않을 거라면

반드시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나이가 들면 자궁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며,

주변 사람들은 걱정 섞인 충고를 건넸다.


뚱이가 새끼라도 낳아봐. 그 애들은 어떻게 할 거야?

직장 다니면서 케어하려면 보통일이 아닐 텐데.

그냥 수술시키는 게 나을 거 같아.”


고민 끝에 나는 근로자의 날, 집 근처 동물병원을 찾았다.

마취를 한 뒤 1시간 뒤에 오라는 수의사의 말에

집안일을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왔다.

수술실 옆, 스테인리스 트레이 위에는

적출한 뚱이의 자궁이 고요히 놓여 있었다.


“보시다시피 잘 제거됐고요. 그리고…”


그다음 말은 들리지 않았다.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저 어린 생명의 자궁을 보는 순간,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실감이 났다.


후회스러웠다.

아직 생기지도 않은 병을 막겠다는 명분 아래,

수술을 결정한 내 선택이 가슴을 찔렀다.

뚱이는 이제 새끼도, 수컷 강아지의 사랑도 받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나는 그 사실이 미안했다. 너무나도...


수술 부위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은 뚱이를

조심스레 안아 들고 집으로 향하는 길.

마취가 덜 깬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뚱아… 엄마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날 이후 뚱이는 빠르게 회복했다.

예전처럼 산책을 나가도 늘 처음처럼 냄새를 맡고 인사하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다른 강아지들이 휙 돌아서 가는 일이 잦아졌다.

수술 전엔 뚱이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강아지들도 있었는데.


알고 보니 중성화 수술을 한 암컷은 호르몬 냄새가 사라져

수컷 강아지들의 관심이 줄어든다고 한다.

뚱이는 그걸 아는 걸까.

냄새를 맡고도 무심히 떠나가는 강아지들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뚱이의 눈빛이 유독 서글퍼 보였다.


“뚱아. 엄마가 우리 뚱이, 더 많이 사랑해 줄게. 엄마가 평생 책임질게.”


시간이 흐르며 뚱이의 젖꼭지는 점점 퇴화했고,

지금은 작은 점처럼 변해 있다. 그 점을 볼 때마다

나는 다시 그날을 떠올리곤 한다. ‘그때 수술을 안 시켰다면…’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선택이 최선이었다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어딘가엔

여전히 뚱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깊게 남아 있다.


어느 날,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내 곁에서

뚱이가 다가와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까끌까끌한 혀로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말은 없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엄마, 난 새끼 안 낳아도 돼요.

난 엄마랑 같이 있는 지금이 제일 좋아요.”
“엄마가 나 위해서 내린 결정, 난 알아요.

나 아프지 않고 오래 살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요.”


뚱이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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