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나영 May 08. 2023

공원산책

공원산책


동네 가까이 있는 자그마한 공원

노인들이 항상 모여들고 남녀노소가 줄지어 산책을 하는 곳이다.

천천히 걷는 걸음 보다 한 방향으로 다들 바쁘게 뛰듯이 걷는다.

산책을 즐긴다기보다 살기 위해서 운동하는 것처럼 절박해 보인다.


이곳에는 개들도 많다. 그들도 건강한 삶을 위해 운동이 필요한 거다.

주인의 손에 쥔 목줄에 끌려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매달려 다닌다.


간혹 ‘개머니즘’ 인성을 가진 주인들은

줄을 풀어서 자신의 강아지가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도록 한다. 


항의를 하면

“우리 강아지는 절대 사람을 안 문다”

“우리 아기는 너에게는 관심이 1도 없다. 가던 길 가라”

콧방귀를 뀐다.


오늘도 자그마한 강아지가 오랜만의 외출이 좋았던지 

줄이 풀린 채로 방방 뛰어다니다 나를 보더니 잽싸게 달려온다. 


‘왜 하필 나에게... 내가 자기를 무서워하는지 어떻게 알았지’

나는 얼른 같이 걷던 친구 뒤로 숨었고 그 친구는 발밑에 감기는 개를 뻥찼다.

“깨깽겡~~~”

죽는다고 비명을 지른다.


한 육십 보이는 남자 주인이 눈이 뒤집혀서 달려온다.

파르르 뜨는 작은 강아지를 가슴에 안고 어쩔 줄 몰라한다.

육십남자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미쳤나 왜 발로 차노”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마치 자기 자식이 눈앞에서 차이고 비명을 지른 듯 개보다 주인이 더 발작한다.


이때부터 내가 나선다.

“개가 달려드는 게 너무 무섭고 물릴까 봐 너무 겁이 났고... ”


한숨을 몰아쉬고 고백하듯 말한다

“나는 공황장애고 어릴 때부터 개에게 많이 물려 개가 다가오면 공황발작이 일어난다. 

왜 개를 안 묶고 다니노. 나 같은 사람도 산책 좀  마음 편하게 하면 안되나”


눈에 눈물까지 글썽이는 나에게 개주인은 한 발짝 물러난다.


사람들이 빙 둘러선다. 개중에는 개를 불쌍히 여기고 개편을 든다.

어느새 개편 사람 편 두 편으로 나뉘어 자기들끼리 언쟁이 오고 간다. 

어느덧 동네 싸움이 돼 버린 현장을 친구와 나는 슬그머니  빠져나온다.


 

이런 반복되는 사태는 

나의 혼자만의 조용한 산책을 주저하게 하고 회피하게 만든다. 

불가피할 때 나는 긴등산용스틱과 호루라기를 목에 걸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선다.

이 정도면 목줄을 안 한 개주인의 문제도 나에게 달려드는 개의 문제를 넘어선다. 

나의 문제다. 치유되지 않은 트라우마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고 심리치료도 하고 싶다.

작은 강아지에도 벌벌 떠는 나의 심장은 마음껏 어디든 혼자 산책하고 싶다고 외친다.


그리고

세상에 개주인들에게도 외쳐본다

“여러분 개목줄을 풀지 않으시면 안 될까요”

“저 같은 사람도 공원산책 꼭 하고 싶어요”

작가의 이전글 여행예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