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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모험가 Oct 26. 2021

카스텔라 경단

아주 평범 씨의  음식 이야기

“이것 좀 선생님께 꼭 드려라. 알았지?”

학교를 가려고 나서는 나에게 엄마는 자그마한 도시락을 싼 봉지를 가방에 넣으라고 주신다.

“이게 뭔데?”

“엄마가 카스텔라 경단을 만들었는데 선생님 드시라고 조금 쌌다. 꼭 드려라.”

“네! 알았어요.”

나는 도시락을 가방에 넣고 학교로 갔다. 엄마 말씀대로 가자마자

“선생님, 엄마가 선생님 드리래요.”라고 수줍게 내밀었다.

“이게 뭐니?”  

“카스텔라 경단인데 선생님 드시래요.”  

“어머! 그래 고맙다.” 선생님께서 미소 지으셨다.

엄마는 정성껏 만든 음식들을 선생님께 드리곤 하셨다. 일하시느라 바쁘신 데도 정성 어린 음식을 만들어 보내주신다. 선생님께서  도시락 뚜껑을 열어보셨다. 거기에 노란색, 갈색, 분홍색의 곱디고운 색깔의 경단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엄마는 경단을 종종 해주시곤 하셨다. 방앗간에서 찹쌀을 곱게 빻아 가지고 오셔서 떡 반죽을 만드시고 작고 동그랗게 빚으셨다. 나와 동생도 동글동글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동네 슈퍼에서 산 일반 카스텔라와 딸기 맛, 초코 맛 카스텔라를 잘게 부수어서 가루로 만드셨다. 그리고 그 하얀 경단을 형형색색 카스텔라에 굴려서 예쁜 경단을 만드셨다. 동생과 나도 마치 눈 위의 눈덩이를 굴리듯 신나게 굴리곤 했다. 또 엄마가 안 보시는 틈을 타 그 카스텔라 가루를 집어서 입속에 넣곤 했다. 달콤한 맛이 그만이다. 그냥 인절미도 맛있지만 이 카스텔라 경단은 달콤하게 맛도 있고 색도 예쁘다.

“어머! 맛있겠다” 하며 선생님께서 하나 집어서 드신다. 마침 옆 반 선생님이 놀러 오셔서 같이 드셨다. 맛있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옆반 선생님이 “ㅇㅇㅇ가 누구야?”라고 물으신다. 그러면 나는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살짝 손을 올린다.

“그래~ 맛있게 잘 먹었다고 어머니께 전해드려라.”라고 하신다. 나는 쑥스러움과 으쓱함이 한데 어우러져 멋쩍게 손을 내렸다.

 우리 집 형편은 어려웠지만 엄마는 선생님이나 이웃 대접하는데 늘 애를 쓰셨다. 작지만 정성을 담아 드리는 음식은 정을 나누기에 충분했다. 엄마의 작고 남루한 부엌은 마치 마법사의 식탁과도 같다. 거기서 엄마의 많은 음식들이 만들어졌다. 밀가루에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부풀려 소금과 설탕, 계란을 넣어 반죽하여 프라이팬에 구운 빵을 자주 해주시곤 했다. 요즘 같으면 별 맛이 없는 그 빵이 그때는 왜 이리 맛있었는지 동그랗고 넓적한 빵을 구워 칼로 조각조각 먹기 좋게 잘라주셨다. 또한 크래커도 만들어 주셨는데 반죽을 동그랗게 빚어 납작하게 만든 다음 젓가락으로 구멍을 내고 버터를 바른 프라이팬에 구워주셨다. 어릴 적 동생과 젓가락으로 톡톡 구멍을 내는 게 왜 이리 재미있었는지 크래커가 구워지기가 무섭게 뜨거운 것을 입에 물다 '앗 뜨거워!' 하고 떨어뜨린다. 바삭바삭하고 갓 구운 고소한 크래커가 입속으로 들어가면 온 세상이 가득한 듯하다. 간식이 많지 않던 시절 엄마의 특별한 간식은 나와 동생의 몸과 마음, 영혼을 살찌웠다.

빵순이인 나는 유명 베이커리나 카페에 가서 빵을 사 먹곤 한다. 맛있는 것들의 홍수 속에 요즘 나는 가끔씩 그 경단이 그 빵이 그립다. 그 맛이 그립다. 엄마의 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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