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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배버킷리스트 Oct 27. 2022

왜 엄지공주예요?

희귀성 질환 - 쇄골 두개골 이골증

시은 공주 (by 보배버킷리스트)

"00아! 생일 축하해"

자고 있는 아이에게 귓속말로 생일 축하한다고 속삭인다. 2월 10일이 딸 생일날이다. 00 이는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미소는 짓는다. 눈을 뜨지 않았지만 기분이 좋은 표정이다.




아침에 아이 손잡고 학교로 향한다. 방학인데도 아이는 학교 돌봄 교실을 이용한다. 학교 가는 길에 나무와 인사를 하고 비둘기들이 모이를 쪼아 먹는 모습을 보고 아이는 오늘은 4마리가 있다면서 수를 센다. 이젠 9살. 스스로 학교 가는 법을 터득하기 위해 집과 학교 중간쯤 헤어진다.

"00 이는 어떤 어린이?"라고 물으면 아이는 "멋진 어린이"라고 씩씩하게 대답을 하고 학교 잘 다녀오겠다면서 돌아서 간다. 나는 아이가 가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태어난 그날을 잊지 못한다.





2014년 2월 10일 11시.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 내가 노산이고 태아 위치가 거꾸로 되어 있어 분만이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날 잡아서 제왕절개를 했고 아기 보는 시간. 사실 겁이 났다. 아기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손가락 발가락은 다 있을까? 눈, 코, 입은 예쁠까?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아기를 본다. 대부분 아기를 보면 감동의 눈물을 흘리거나 인사를 하는데 나는 아기를 보자마자 놀랬다. 너무 예뻐서.. 자고 있는 아기를 간호사가 깨운다. 울음소리도 우렁차고 목소리도 예쁘고 다행히 얼굴은 남편을 닮았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돌 지나면 걷거나 말도 한다던데 아이는 평균보다 느렸다. 특수교육을 전공한 나는 걱정이 되었다. 혹시 발달이 늦은 것이 아닐까? 혹시나 해서 소아과 의사 선생님을 만났지만 아이가 어려서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집 근처에 주민센터에 방문하여 아이가 언어가 아직 트이지 않고 걷질 못한다고 구체적으로 말씀드렸더니 언어발달 바우처를 소개해 준다. 언어발달 바우처는 의사의 진단서 없어도 받을 수 있단다. 대신 조건이 있는데 아이의 엄마가 언어장애가 있거나 뇌성마비가 있거나 청각장애일 때 가능하단다. 나는 그중에 해당이 된다. 난 언어장애가 있다.





아이가 언어발달에 도움을 받고자 바우처카드를 가지고 00 임상센터에 방문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지 설명을 듣고 바로 언어치료를 받았다. 18개월 후 갑자기 봇물이 터진다. 1음절, 2음절.. 점점 늘어나면서 감사하게도 평균보다 언어발달이 높아졌다.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24개월 지나기 전에 아이가 또래보다 작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가 태어난 산부인과에서 00 종합병원에 가보는 게 낫다면서 의뢰서를 서 주셨다. 00 종합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단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유전학과이다.





결과는 '쇄골 두개골 이골증'이란다. 우리 아이에게 왜 이런 희귀성 질환을 갖게 되었는지 물었더니 엄마의 유전이란다. 즉, 나도 쇄골 두개골 이골증이라는 것... 내가 키가 작은 이유, 어깨가 아픈 이유, 치아가 약한 이유... 다 이 질환 때문이란다. 아이가 나처럼 사는 것이 아닌지,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남편은 00 이는 우리에게 온 가장 사랑스런 아이라고 잘 키우자고 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 용기를 얻고 지금까지 아이가 잘 자라주었다. 증상을 알고 나니 내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방향을 잡게 되었고 좀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정기적으로 00 종합병원 정형외과, 내분비과, 치과도 다니고 있고 아이가 왜소하여 학교 다니면서 혹시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봐 예방차원으로 주 1회 온라인으로 미술치료를 받고 있다.





"엄마, 왜 엄지 공주예요?"라고 묻는다. 간혹 사람들이 우리 아이를 엄지 공주라고 부른다. "공주인데 그냥 공주가 아니고 동화 속에 나오는 엄지 공주라고 생각해서 부른 거 같아"라고 했더니 아이는 "난, 엄지 공주보다는 시은 공주라고 듣고 싶어요. 내 이름은 소중하니깐요"라고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엄지 공주 동화책을 꺼내어 다시 읽어보았다.

[엄지 공주는 기뻐하며 왕자의 청혼을 받아들였어요.

"당신처럼 아름다운 분에게 엄지 공주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아요. 이제부터 당신을 마야라고 부르겠어요."

왕자가 다정하게 말했어요. 꽃의 요정들은 마야에게 새하얀 날개 두 쌍을 선물해 주었어요.

"꽃의 여왕 마야 공주님, 행복하세요!"

제비는 작별 인사를 하고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마야 공주는 왕자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_엄지 공주-안데르센]


우리 딸에게 엄지 공주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 시은 공주라고 불러달라고 소문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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