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호르몬 주사는 매일 잠자기 30분 전에 맞으란다. 한쪽 부위만 계속 맞는 것이 아니라 요일마다 다르게 해야 한다. 아이가 헷갈릴 수 있으니 종이에 요일별로 다르게 적어서 붙이자고 한다. 아이 말대로 월요일은 왼쪽 팔, 화요일은 오른쪽 엉덩이, 수요일은 왼쪽 허벅지, 목요일은 배, 금요일은 오른쪽 팔, 토요일은 왼쪽 엉덩이, 일요일은 오른쪽 허벅지로 정했고 잘 보이도록 게시판에 붙였다. 주사 맞는 날, 아이는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운다. 우는 아이를 안아주었다. 나도 마음속으로 울고 있었다. 나 때문에 아이가 키가 작은 거라고.. 미안했다. 많이 아프면 주사 맞는 거 중단해도 된다고 얘기했다. 아이는 아무 말도 안 한다.
어느 날, 아이가 힘든지 주사 안 맞으면 안 되냐고 묻는다. 며칠 주사 맞는 걸 중단했고 병원에 방문했다. 현재 상황을 의사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다. 의사 선생님은 아이 양손을 잡으면서 이렇게 묻는다.
"00아, 선생님이 00 이를 좋아하는 거 알지? 선생님이 00 이를 괴롭히려고 하는 거 같아? 아니면 키 크게 해주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
아이는 한참 생각을 하더니
"키 크게 해주고 싶어서요"라고 대답을 했다. 의사 선생님이 아이에게
"그러면 매일 엄마랑 손을 잡고 오늘 즐거웠던 일, 기뻤던 일, 감사한 일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아이는 그건 할 수 있다고 당찬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평소보다 피곤했다. 얼른 자야겠다는 생각에 눈을 감고 누웠다. 아이가 나를 흔들면서 깨운다.
"엄마, 기뻤던 일, 즐거웠던 일, 감사한 일 이야기 안 해요?"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아이 양손을 잡고 오늘 있었던 일 중에 기뻤던 일, 즐거웠던 일, 감사한 일을 생각한다. 아이가 먼저 말을 하겠다고 한다. 아이는
"기뻤던 일은 00 선물을 받아서 기뻐요. 즐거웠던 일은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랑 00게임을 해서 즐거웠어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에 "감사한 일은 오늘 담임 선생님이 허리 아프셔서 못 오셨는데 다행히 다른 선생님이 오셔서 우리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때 알았다. 담임선생님 대신 다른 선생님이 오셨다는 것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이의 하루 일과를 저절로 알게 되었다.
성장호르몬 주사가 아이의 키를 성장하게 될지 모르지만 기뻤던 일, 즐거웠던 일, 감사한 일에 대한 이야기는 아이의 마음을 성장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나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