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정리를 하다가 김민식의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책을 보게 되었다. 예전에 <매일 글을 써 봤니?> 책을 본 적이 있었기에 익숙한 작가이다.
"대학생들도 먹고살 걱정에 여유가 없는 시기지만 전 20대 청춘의 시기에는 여행, 독서, 연애 이 세 가지를 즐겨야 한다고 말하고 다닙니다.(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48쪽)"
이 멘트를 보고 갑자기 나의 20대 때 처음 대학을 입학을 하고 전공 교수님이 우리에게 당부한 내용이 생각이 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꿈을 그리던 대학생이 되었다. 무엇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맘껏 캠퍼스에 누리면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새로운 마음으로 첫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나는 온통 이 수업을 끝나고 00을 해야 한다는 잡생각이 많았고 빨리 이 시간이 끝나길 바랬다.
전공 교수님이 우리에게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떻게 진행을 할 것인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마지막에 너희들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그것도 3가지나 있다고 한다.
"학교 다니면서 졸업하기 전에 너희들이 꼭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영어, 컴퓨터, 운전이다"라고 하셨다. 힘들게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왔는데 또 영어를 해야 한다고? 컴퓨터는 뭐지? 그 당시에 나왔던 컴퓨터는 천리안이었기에 좀 생소했다. 운전 꼭 할 필요가 있을까? 버스나 택시, 전철 타면 될 텐데..
교수님이 하라고 했기에 곧이곧대로 따랐던 거 같다. 영어는 교수님 중심으로 스터디를 만든다고 하여 신청을 했다. 나까지 포함해서 7명이었는데 항상 내 가방에는 전공원서와 영어사전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일주일에 한 번 스터디를 했는데 원서가 어려웠는지 한 두 명씩 빠지더니 나중에는 스터디가 없어졌다. 혼자 하기도 벅차고 해서 새벽에 영어학원을 다녔지만 새벽에 영어공부하는 학생이 2명, 나중에는 폐강이 되고 말았다. 어째 내가 하는 데마다 영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도 영어를 하면 작심삼일로 끝난 거 같았다.
두 번째, 컴퓨터이다. 한 학기 지나고 나서 2학기 때 장학금을 조금 받았기에 그 돈으로 컴퓨터를 마련했다. 매일 한글타자 연습을 하여 타자실력을 늘었고 좀 더 능숙하게 하고 싶었기에 컴퓨터 학원까지 다녔다. 그것도 새벽에... 인터넷, 엑셀을 배웠던 기억이 나는데 끈기가 부족했나? 이것마저도 중단해 버렸다.
세 번째, 운전이다. 운전을 하고 싶어서 하게 된 것은 아니다. 다음 해부터 운전학원비가 20만 원에서 80만 원 오른다는 소문에 거기다가 도로주행이 새로 생긴다는 말에 우리 과 학생들 거의 다 신청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도 있고 교수님의 당부한 말이 생각이 나서 나도 얼떨결에 신청한 기억이 난다. 왜소한 체격에 어리버리한 성격에 과연 운전면허 취득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영어도 컴퓨터도 중단했으니 이것만이라도... 나의 마음 한쪽에 간절함이 있었나 보다.
실기시험이 있는 날, 떨리는 손으로 핸들을 잡고 삑 소리에 시동을 걸고 나아갔다. 얼만큼 갔을까? 경사로를 지나서 에스자, 티자 주차라인 지나서 횡단보도에 멈추고 신호가 바뀌면 앞으로 전진, 거기다가 기아 1단에서 2단으로 변경... 이런.. 여기서 점수 마이너스 5점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차분하게 골인!!! 아무튼 합격.
그다음 날 학교에서 소문이 났다. 내가 운전면허 1종을 따서 다들 의아했나 보다. 그때부터 다들 나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나마 3가지 중에 한 가지 제대로 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 바람에 지금도 룰루랄라 여기저기 다니면서 운전을 한다.
거의 30년이 다 된 이 시점에 그때 못했던 영어를 다시 하려고 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운전을 했던 것처럼 영어를 시작하고자 한다. 간절한 마음은 꾸준한 실천으로 이어지고, 꾸준한 실천은 반드시 삶의 모양새를 바꾼다고 하니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제발 외국사람과 토킹어바웃 하는 날 오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