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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배버킷리스트 Aug 24. 2023

미션 완료

숨 가쁜 하루

방학 중에 00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일했지만 개학을 하면 다시 학습자료실에 일하게 된다. 출근길 전철 안에서 오늘은 개학 첫날이니, 아이들은 일찍 하교할 테다. 그럼 무엇을 할까 생각했다. 거의 한 달 만이니 청소하고 정리를 할까? 아니면 방학 중에 거의 사용을 안 했을 테니 먼지나 털까?



장마처럼 비가 억세게 온다. 비 온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이렇게 많이 올 줄이야. 바지단을 무릎까지 올리고 철퍽철퍽 걸어서 12시 20분쯤 학교 정문에 도착을 했다. 아니 웬걸.. 아이들이 정문에서 한꺼번에 밀려 나온다.  아이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느라 고생 좀 했다.




내가 일하는 곳은 2층이다. 방학 전에 매일 걷던 길인데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축축하고 걷기 힘들다. 학습자료실 문을 여니 창문 쪽에 자료가 한가득 쌓여있다. 동료 직원(오전 근무 선생님)이 90부 와이어 스프링 제본을 하는 중이었는데 40부 밖에 못했다고 한다. 거기다가 코팅 작업까지.. 동료 직원이 퇴근을 하고 이제 내가 해야 하나는 것인데 아찔하다.



개학 첫날인데 갑자기 왜 일이 많지? 그러고 보니 아이들 수업을 위해 학교 담임 선생님들의 개학 첫날은 할 일이 엄청 많은가 보다. 그 일은 일부 우리가 하게 되는 거다. 메신저에 계속 알람이 뜬다. 제본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지고 코팅에 소책자, 복사, 프린트, 제본.. 청소고 뭐고 그럴 시간이 없는 거 같다.


어떤 선생님이 오셔서 200쪽 되는 것을 한 부만 제본해달라고 한다.  다른 거는 90부인데 이것은 한 부라서 금방 할 것 같았다. 다 되면 연락드리겠다고 말씀 드렸고 후다닥 작업 완료하였다. 메신저로 보낸 뒤에 아차! 싶었다. 제본용 PVC 표지를 앞 뒤에 빼먹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어째.. 와이어라 빼기도 힘들다. 이걸 어떻게 빼지?



그냥 둘까? 만약 선생님이 오셔서 다시 해달라면 다시 하지 뭐..  근데 그런 소리 듣기 싫다. 이미 메신저를 보냈으니 금방 오실 텐데.. 어떻게 할까? 그때 갑자기 윙~~~~~~ 소리가 났다. 시계를 보니 2시다. 아하! 민방위훈련이다.


10분 동안 시간이 있다. 우선 잘못된 와이어를 빼야 하는데 손으로 잡아당겼더니 조금 늘어질 뿐 꼼짝도 안 한다. 조금 힘을 줬더니 와이어에 찔려 피가 조금 났다. 피 난 부분을 대일밴드로 붙인 후 검색을 해봤다. 펜치로 자르라고 한다. 어떻게 잘라야 금방 끝날까? 앞에 해야 하나? 아니면 뒤? 여러 번 시행착오 끝에 제본 펼치고 가운데 자르기로 했다. 펜치로 자르는 게 손이 아펐지만 간단하게 해결했다. 시계를 보니 2시 8분이다.  




2분 안에 PVC 끼우고 종이 끼우고 다시 PVC 끼웠다. 완성된 제본을 테이블에 올려놓자마다 선생님이 오셨다. 완성된 제본을 보시더니 흡족해하셨다. 선생님이 가신 뒤, 잠시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 10분이 나에게는 피 말리는 작업이었던 거 같다. 마치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느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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