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개
날마다 느끼는 하루의 길이는 다르다.
어떤 날은 풀어도 풀어도 끝나지 않는 나무 실패와 같고, 어떤 날은 깜빡 졸다 끝나버린 낮잠 같다.
오늘은 긴 하루가 될는지 순식간에 사라지듯 짧은 하루가 될는지 모르지만 이 날 가운데 기필코
좋은 것을 챙겨두려 한다.
쉽게 그늘로 기어들어가는 나에게 다행스럽게도
햇볕 같은 아이들이 있다.
덕분에 나의 주머니에는 예쁜 것이 많다.
-
'엄마. 나 조개 있나?'
-'조개? 조개가 어디 있어?'
'이거. 웃으면 얼굴에 이거.'
-'아- 보조개?'
'그래. 맞아! 보조개. 엄마 웃어봐.
이렇게 보조개가 생기는 건 좋다는 뜻이잖아!'
나는 가끔 아이들의 순전한 말에 왈칵 눈물이 날 것 같다.
매일 착실하게 아이들 마음속에 햇볕은 물론이고
그늘도 함께 자라는 걸 볼 때마다 그게 나의 덕이자 탓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은 그늘보다 해가 쨍쨍한 마음밭이면 좋겠다.
그러니 아이가 넣어준 주머니 속 예쁜 말처럼 웃자.
이렇게 보조개가 생긴 다는 건 좋다는 뜻이잖아.
엄마의 얼굴 따라 많이 웃도록 보조개가 콱콱
배기도록 많이 웃어두자.
-
'Look on the bright side!'
중학교 영어수업 시간에 배운 예문이다.
좋은 면을 보라는 말인데, 이유 모르게 이 예문을
특히 기억하고 있다.
브라이트. 발음을 한글로 옮겨 적어도 왠지 좀
번쩍이는 느낌이다. 브라이트. 브라이트.
오늘은 마음속에 몇 평이나 그늘이 드리울지
모르겠지만 햇볕을 쫓아 드러누운 고양이처럼
그곳이 전부인양 아이들과 양지에 머무르고 싶다.
주머니에 예쁜 것을 꾹꾹 눌러담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