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y
처음 y를 만난 건 아홉 해 전 가을이었다.
살이 비치는 검은색 스타킹과 감색 트렌치코트,
자세히 봐야 보이는 입 언저리에 있는 작은 점.
나는 그 작은 점과 곧게 뻗은 종아리로 y의 첫인상을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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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와 나의 취향에는 접점이랄 게 없다.
손톱에는 별별 색깔과 무늬 같은 것이 늘 칠해져 있고, 눈꼬리에는 날렵하게 그려진 아이라인,
얇은 다리에 꼭 맞는 바지나 등이 보이는 원피스
같은 것들인데 나와는 다른 취향의 y를 구경하는 것은 그녀를 만날 때마다 내가 가지는 비밀스러운
재미였다.
그런 그녀의 맨 얼굴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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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는 얼마 전 아기를 낳았다.
아기를 보여주며 아직 옹알이도 못하는 아기를
대신해 제법 혀 짧은 소리로 '안뇽하떼요-' 하는 것이 귀여웠다.
팔뚝만치 되는 아기에게 엄마의 취향대로 알록달록 꾸며놓은 것을 보니 그간 이런 날을 기다려 왔구나- 싶었다.
아기와 다르게 엄마는 전에 없이 수수했다.
아기를 따라 웃고 울고 자고 눈을 맞추는 동안
y의 취향이 있던 자리에는 아기를 닮은 미소와
순전함이 입혀져 있었다.
피곤한 기색도 덮을 수 없는 행복감이 넘실댔다.
세상에 그 두 모녀만이 가질 수 있는 더욱
아름다워진 낯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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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엷게 뜨고 바라봐야 찾을 수 있는
아름다운 것을 사랑한다.
누구든 찾을 수 있는 선명한 색깔의 그 무엇보다.
엷은 눈으로 본 y는 내 눈에 전보다 더욱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