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25 문자메시지
딸아
목련은 핀다
너의 애기들도
저 꽃처럼 핀다
꽃은
봄이 되고
너는
아이들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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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쯤 골목이 유난히도 많던 동네에 살았다.
끝이 없는 미로처럼 굽이 굽이 골목에 파란 대문 집 셋방살이.
앞 집 아저씨네는 딸만 둘이라 우리 집 남동생을 두고 자주 부러워하고 내 초콜릿을 매일 빼앗아 먹는 옆 집 중심이 기지배가 살던 골목
초저녁에는 집집마다 작은 자전거를 끌고 나와 골목 끝까지 경주를 하며 찝찔한 땀방울 맛을 느끼던, 우리의 청결하지 못했던 날들
천장이 낮아 장롱을 세울 수도 없어 뉘어놓은 작은 셋방에서 엄마는 갈색추억이라는 가요를 매일마다 들었다.
엄마의 마음이 어떤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어린 나는 여름이면 마당에 큰 김장통을 욕조삼아 물장구치고 비가 올 때면 옥상 계단 손잡이에 맺힌 빗방울을 손으로 훑으며 놀았다.
삶이야 어찌 됐든 아이는 나름의 즐거움을 찾아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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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네에는 목련이 많이 폈다.
나무뿌리가 골목에 박혀있었는지
어느 집 담장을 넘어와 골목까지 드리웠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린 내가 하얀 목련을 꺾어 귓등에 얹고
골목을 다닐 때면 아빠가 사진을 자주 찍어줬다.
"여보, 민정이 흰색 원피스로 갈아입혀."
하얀 목련 꽃나무 아래에서 흰 원피스에 레이스가 잔뜩 달린 머리띠까지 하고 사진을 찍던 날
나는 사진을 위한 그날의 '환복'이 좋았는지
아빠가 나를 목련처럼 예쁘게 여긴 것이 좋았는지
여태껏 가끔씩 그날을 생각한다.
아빠 역시 삶이야 어찌 됐든 아빠 나름의 즐거움을 찾아갔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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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나에게 준
봄같은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