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아나무 Dec 29. 2023

새로운 시작, 덥석 물고 만 명리학 공부

12월의 문

12월 들면서 덥석 명리학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대부분이 그렇듯이 계기는 우연히 왔다. 


아들이 말하기를,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들으면 여자인 줄 알았는데 남자였네? 한다는 것이었다.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내심 불편했던 모양이다. 딴에는 이름 짓기 책을 보고 '원형리정'을 잘 맞추어 고심하며 지은 것을 알기에 아들이 어렵게 개명 얘기를 꺼냈다.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이름을 짓자 싶어서 작명소에 부탁했다. 철학관 선생님이 본인 사주와 부모 사주를 다 보고 이름을 짓는 것이니 사주를 말해달라고 하셨다. 이름을 받으러 간 날, 개명할 이름을 몇 개 내어 주시면서 내게 말씀하셨다.

"명리학 공부를 한 번 해보시지요."

"예? 저 말씀이세요?"

"네. 사주를 보니 이 공부가 잘 맞겠습니다."

"제가요? 전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왜 내가 잘 맞는지 이유를 설명한들 알아들을 수도 없는 문외한인데, 선생님은 대뜸 책 소개를 문자로 보내셨다.

"이 책을 먼저 보세요. 기본서이고, 보시면 금방 알게 될 겁니다."

뜨악했다. 새해 때나 답답한 경우, 무슨 희망의 말이라도 들을까 싶어 사주를 보러 다니기도 했지만 내심 이것을 꼭 믿어서도 아니고 재미로 혹은 위안 삼아 보는 일이어서 뜻밖의 권유에 의심의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은 어느 정도 사주팔자를 믿으세요?" 

"저는 100% 믿습니다. 사람들은 미신이라고 의심도 하지만 저는 제가 직접 경험을 했습니다. 덕분에 이 나이토록 살아 있습니다. 허허."

사주팔자에 담긴 운명을 읽고 상담을 업으로 하는 분께 이 무슨 우문이람. 

집에 돌아와 하룻밤을 넘기고 덥석 책 주문을 해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도대체 뭘 보시고 이 공부가 맞다는 거야?

이유나 알아보자는 마음이었다. 다음날 전화로 만세력을 다운로드하라 하셨다.

엥, 만세력은 또 뭐야?

의구심을 가진 채 추천 만세력을 내려받았다. 도무지 알아보지 못할 조견표였다.

그렇게 우연히, 나도 모르는 이유로 싫지 않은 끌림에 의해 '명리'라는 낯선 세계를 접하게 되었다.

그간 내가 접한 자료는 <비전 사주정설, 백영관>, <명리, 강헌>, <나의 사주명리, 현묘>와 유튜브 영상들이다. 



나는 이 짧은 기간 동안 빠져들다시피 몰두하게 되었는데, 사실 충격적이었다. 

첫째는 내 편견을 깨는 내용이고, 둘째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미 명리학 공부를 하며 업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젊은 사람들이. 내가 세상 변화를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싶었다.

명리학오리엔테이션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나에겐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머리가 맑아지고 있다는 것과 미로 같은 갑갑함이 걷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문 앞에 서 있는 상태에서 섣불리 말을 할 수는 없다. 앞으로 문을 열고 한 발짝씩 들어가 보면 또 다른 변화들이 어떤 식으로든 일어날 것 같다.

내 마음의 문은 열렸고, 지나온 여정들이 머물고 있는 지금 현재의 삶을 명리적으로 먼저 생각해 볼 것이다. 그리고 소소한 일상에 대해 기록하는 성실함으로 일신우일신하는 날들을 스스로에게 기대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틈새를 찾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