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저문다

by 유한성

불편한 사람 통해서 전달하게 되어 미안해. 다시 만나는 날 꼭 직접 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되어서. 그냥 내가 가져도 되지만 정말 선물하고 싶었던 거라 이기적인 마음인 거 알면서도 마지막 기회일 것 같아서 이렇게라도 너에게 보내.

이제 좀 우리가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에 각자 욕심만 내고 서로 못 헤아렸다는 걸 천천히 알아가고 있는 단계인 것 같아. 내가 더 네 이야기 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같이 잘해보자고, 되게 만들어보자고 해놓고 더 노력하지 않고 손 놓아서 미안해. 혼자서 많이 무서웠지.

내가 괜히 가서.

너랑 너희 집으로 돌아가는 그 다리를 같이 건너서.

거기서 너랑 추억을 만들어서.

괜히 네 직장 앞에서 너를 기다려서.

괜히 너랑 네가 자주 가는 식당에서 식사를 해서.

내가 괜히 거기를 가서.

내가 괜히 네 일상에 등장했다가 사라져 버려서.

너 허전하고 외롭게 만들어서.

그러다가도 그냥.

좀 더 확신을 줄걸.

좀 더 좋아한다 말할걸.

좀 더 눈 마주치고 좀 더 많은 걸 같이 하자고 약속할걸.

좀 더 같이 사진 많이 찍어둘걸.

영상도 많이 찍을걸.

그렇게 연락 늦게 하지 말걸.

너도 무서웠지.

미안해 나는 너를 너무 좋아하게 돼서 거절당하는 게 너무 불안하고 상처받을까 무섭고 그러면서도 더 많이 사랑받고 싶어서 그랬어.

감사 인사는 사양할게. 혹여나 불편하다면 알아서 잘 처리해 줘. 나는 줬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고 만족하니까 염려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디서든 행복하고 편안하기를 기도할게.

네 인생에 실례를 하게 되어 유감이긴 해도 너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나한테 와줘서 너무 고마웠어. 잘 지내.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울에서의 어떠한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