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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샘 Sep 02. 2024

시골밥상

호박볶음과 호박전

어느 봄날 마당가에 화원에서 사 온 호박 모종을 심었다. 바위를 타고 올라가라고 모종 세 개를 나란히 심었는데 적당히 내려준 봄 비 덕분에 호박 모종은 잘 자라주었다. 노랑노랑 호박꽃도 피고 이제 호박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호박꽃은 피는데 열리지 않는다. 칠월이 되도록 꽃이 핀 자리에 작은 호박이 열렸다가도 자라지 못하고 떨어져버린다. 거름이 부족한가 보다. 우리 어릴적 담벼락에 심었던 호박은 주렁주렁 열리기 무섭게 밥상의 단골 밥상이었는데. 주말마다 물도 넉넉히 주고 거름도 주었다.


 주말 아침 잡초를 뽑다가 우연히 바위위에 애호박 한 개가 달려있다. 어른 주먹만한 타원형이었다. '여기 호박이 있었네' 반가운 마음에 호박을 땄다. 주방으로 들어가 반으로 가르니 먹기 딱 좋은 크기였다. 도마에 놓고 반달모양으로 썰고 다시 채를 썰었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호박을 넣은 다음 볶다가 간장넣고 설탕조금, 고추가루 넣고 자작하게 볶아냈다. 아침 밥상에 프라이팬째 놓고 흰쌀밥에 빨간 호박볶음을 놓고 밥 위에 올려 맛있게 먹었다.


  텃밭에 배추, 무를 심으려고 고랑을 냈다. 땅을 한번 뒤집고 퇴비를 뿌린 다음 다시 고랑을 내고 검정 비닐을 덮어 2~3일 두어 퇴비가 숙성되면 비닐에 구멍을 뚫고 배추 ,무 모종을 심으면 된다. 남편은 마당가에서 발견한 작은 뱀 한마리를 잡으려고 지키고 서 있다. 수돗가에서 발을 씻고 잠시 앉아 있으니 어느 새 점심시간이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유튜브에서 보았던 호박과 당면을 넣은 전을 해보기로 햇다.


  당면을 뜨거운 물에 살짝 불려놓고 호박은 잘게 채를 썰어 소금에 절여두었다. 잠시 후 불린당면을 잘게 썰어 호박과 섞으며 부침가루를 살짝 넣어주고 계란두개를 풀어 반죽을 만든다. 기름을 두르고 팬을 가스불에 올려 달군 후 반죽을 올려 놓는다. 지지지직 호박이 잘 부쳐지고 있다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반으로 접히는 것은 아니지만 당면과 호박은 의외로 잘 어울렸고 간장과 깨, 풋고추를 다녀 양념장에 찍어 먹으니 맛있다.


  프로야구 기아와 두산의 게임을 보던 남편은 호박전을 보더니 막걸리와 함께 곁들어 먹는다. 입 짧은 남편도 잘 먹는다. 야구를 보는 남편을 뒤로 하고 운동화를 신고 뒷산에 잠시 다녀오기로 했다. 여름 날 뜨거운 햇살에 잠시 걷는걸 중단했는데 바람도 살랑이니 갈만하다. 인적이 드문 산길 좁은 길은 다니는 사람이 없어 잡초가 무성하다. 혹시 뱀이 나올지 모르니 굵은 나뭇가지로 수풀을 헤치며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갔다.  한가한 오후 산길은 막바지 여름을 즐기는 매미들과 가을을 느끼며 나온 귀뚜라미와 새들의 합창으로 요란하다.


  땀을 한바가지 흘리며 올라선 정상에서 바라본 안면도, 바다길을 따라 유유히 흘러가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다. 하산길, 둘레길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는다. 내려오는 길 석천암에 들러 흐르는 약수를 한바가지 마시고 갈증을 해소했다. 파란하늘에 떠가는 흰구름이 둥실 떠 있고 인지 너른들에 노랗게 익어가는 벼이삭들을 바라보며 걷길 잘했다 다독이며 내려오는 하산길 동네 개가 멍멍 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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