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참나무
숯불구이 할 참나무를 베러 뒷산에 갔다가 작은 톱으로
참나무를 베며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의 범 바위산은 바위와 돌로 이루어진 험하고 척박한
산이어서 참나무, 뽕나나무, 뿌지뽕 나무만 자랐다.
아버지는 범 바위산 돌밭 사이를 오르내리며 참나무를 베셨다
여덟식구 땔감에 세 마리 기르던 소 죽을 끓일 참나무를 베서
리어카에 한 가득 싣고 오셔서 도끼로 쪼개 놓으시고
소준 한 잔을 안주도 없이 드실 때 삶의 무게 때문이란 걸 알지 못했다.
아버지에게 범 바위산은 삶의 터전이었고 놀이터였다
오일장을 다녀와서도 뚝딱 뿌지뽕나무 참나무로 리어카 한가득 한짐
뚝딱 해왔으니 말이다.
아버지와 범 바이산은 어쩌면 서로를 잘 아는 친구였을 것이다
아버지의 지게에는 뿌지뽕나무 가시를 막아낼 가죽장갑이 있었고
가죽장갑 한 켤레면 가시나무 가시덩쿨도 아버지 앞에
순하게 굴복하고 땔감으로 변했다.
오늘도 뒷산 참나무 한 그루에 아버지의 힘들었을 삶의 무게와
쉬지 못했던 죄송한 마음까지 그립습니다, 아버지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그 토대위에 우리가 서 있네요.
아버지 그리운 이름 나의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