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고양이와의 만남
또민이는 들고양이다. 그 아이를 처음 만난 건 시골집에 갔을 때였다. 금요일 밤 저녁을 먹으려고 마당에 앉아 있는데 '야옹' 소리가 들려 찬찬히 살펴보니 화단 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마치 배가 고프다는 듯 쳐다보고 있다. 얼른 주방에 가서 먹을 만한 것을 챙겨 밥그릇에 넣어주니 돌아서가는 듯 하더니 다시와서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 맘남을 기다리는 사이가 되었다.
또민이는 얼굴은 작고 역삼각형 모양에 몸도 갸름해 어린고양이 같았다. 귀여운 얼굴이 내가 예뻐하는 아가를 닮아 애칭으로 부르게 되었다. 퇴근 후 어둑해진 시골집에 불을 켜면 어느 새 마당가에 와서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서둘러 저녁을 준비해 먼저 밥을 챙겨준다. 또민이는 화단쪽에서, 우리는 평상에서 한 공간에서 나란히 밥으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일주일을 기다렸을 생각을 하면 안쓰럽기도 하다.
어느 날 또민이는 새로운 친구를 데리고 왔다. 체구도 크고 검정과 흰색털이 조화롭게 섞여있고 동그랗고 하얀 얼굴에 검정색 머리카락이 단정해 단발머리 같이 생겼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는 단발머리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둘은 서로 사이가 좋아 밥그릇에 있는 밥을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다. 밥을 먹고나서는 바닥에 배를 엎드리고 앉아 앞발을 핧으며 그루밍을 하고 한참을 앉아 있다가 사라진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는것도 한계가 있어 쿠팡에 고양이사료를 검색하고 배송을 시켰다. 창고에 사료를 넣어두고 밥그릇에 부어주니 잘 먹는다. 그렇게 또민이는 우리집에 와서 밥을 먹고 가는 나의 낭만고양이가 되었다. 남편도 어느 새 고양이를 기다리며 왔나 안왔나 살피다 '고양이왔다' 라고 알려준다. 마당에 앉아 있으면 화단 한쪽에서 우리를 바라보며 '야옹'하고 신호를 보낸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알았어 밥 줄께' 라며 얼른 밥을 채워준다.
지난 주 집 뒷편 밤송이를 치우러 갔던 남편이 나를 불렀다. 하던일을 멈추고 가보니 새끼고양이 두 마리가 앙증맞은 모습으로 울타리 밖에 앚아 장난을 치고 있었다. 다가가니 작은 수로밑으로 몸을 숨기는 것이다. 길고양이가 그곳에 새끼를 낳았나보다. 조금 후에 다시 가보니 수로위에 또민이가 앉아있다. 몸집도 작아서 아기인줄 알았는데 그 사이 새끼를 낳았나보다. 검정색 털과 연갈색 줄무늬 색을 가지 두 마리는 서로 장난을 치느라 정신이 없다.
주방에 가서 참치캔을 가지고 나와 수로위에 갖다 놓으니 또민이가 하악질을 한다. 제 새끼 어떻게 할까봐 엄마로서의 본능인가보다. '괜찮아, 네 새끼 밥주려는거야' 얼른 밥만주고 돌아왔다. 숨어서보니 새끼와 함께 와서 밥을 먹는다. 아직 엄마젖을 먹는 새끼들은 조금 먹고 그루밍을하고 또민이는 배가 고픈지 참치한 캩을 한숨에 먹어치웠다.
이번주는 또민이를 위해 가자미를 세마리 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냄비에 가자미를 넣고 푹 끓였다. 산모가 미역국을 먹고 산후조리를 하는 것처럼 새끼 젖 먹이느라 힘들 것 같아 하얀살이 뽀양게 우러날 때까지 끓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뒤곁 울타리로 가서 밥통에 가자미를 주러가니 하악질을 한다. '이거 새끼랑 먹으라구, 네 새끼 안잡아가' 넓은 그릇에 가득 담아주고 돌아서니 수로에서 빼꼼히 나온 새끼들도 맛있게 먹는다.
주방에서 울타리 쪽을 바라보면 또민이랑 새끼 두 마리가 놀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젖을 먹이기도 하고, 새끼의 온 몸을 핥아주느라 쉴 틈이 없다. 따스한 햇살아래 엄마고양이가 엎드려 있으면 새끼 두마리가 엄마 등에 올라가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사진을 찍으러 다가가면 또 다시 하악질을 하며 위협한다. 그러는 사이 새끼고양이는 재빨리 수로 밑으로 몸을 숨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새끼를 지극정성으로 기르는 모습이 그렇게 정성스러울수가 없다. 새끼 두 마리도 천방지축 장난치다가도 소리가 들리면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들고양이지만 어디 가지를 않고 새끼들 주변에 앉아서 지키는 모습이 때론 사람보다 낫다. 그렇게 서로 정이 들어간다.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가는 새끼들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오늘도 먼저 밥그릇에 사료를 챙겨놓고 그 아이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