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띵 ~한 날

부부로 산다는 것은

by 맑은샘

그런 날이 있다. 별일 없는데 우울한 마음이 드는 날,

오늘이 그렇다.

겨울날씨지만 햇살도 따사롭고 따스한 날 출근해서 아이들 보며 웃고 귀여워 안아주고 주머니에 있는 사탕하나 꺼내서 입에 넣어주니 방긋 웃는 웃음에 나도 따라 웃어본다. 적응하는 아이 교실적응 도와주고 숲 체험 가는 아이들 차량으로 이동시키고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함은 왜일까?


집에 컴퓨터 기사 방문으로 인터넷 연결하러 갔던 남편에게 연락이 왔다. '서방님'이라 저장된 단어가 뜨고 벨이 울린다. 교실에서 전화를 받으니 대뜸 '0발 작은방에 물 샌다' 영문도 모른 채 잠시 멍했다. 옆에 아이 적응시키느라 학부모도 앉아 있는데 순간 가슴이 덜컹 아이 부모 옆이라 참으로 민망하다.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조치를 취하고 잠시 후 천정을 찍은 동영상이 왔다. 윗집의 작은 누수가 스며들어 작은아이 방 천장이 젖어 있고 물이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것이라고


퇴근 후 수리가사랑 방문하겠다는 1004호의 연락을 받고 일을 마치고 퇴근했다. 별일 없는 듯 전기밥솥에 쌀을 씻어 넣고 잡곡취사버튼을 누르고 냄비에 물을 넣고 가스레인지 불을 켰다. 애호박, 양파, 세 송이버섯 송송 썰어 청국장 한 덩이 고추장 한 스푼 넣고 보글보글 청국장찌개를 끓이고 있다. 딩동~ 초인종 소리에 나가보니 1004호 아저씨와 수리기사가 방문해 작은방 천정에 물이 떨어지는 것을 살피고 며칠 지켜보기로 하고 갔다.


참 다행인 것은 몇 년간 그 방을 사용하던 작은아들이 강남 오피스텔을 얻어 독립해서 나가고 주말 동안 우리 그 방을 깨끗이 치웠다. 주인이 없는 방이라 그런지 냉기가 돌았는데 물가지 세니 마음이 조금 더 심란하다. 그런데 어쩌랴 '이 또한 지나갈 일인 것을' 그렇ㄱ 아무렇지 않게 마주 보고 앉아 저녁식사를 한다.


뉴스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에 관한 정당성을 국민담화 형식으로 발표한다. 계엄령도 대통령의 권한이라 어쩔 수 없는 직무수행이었다고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당당히 말한다. 국민들은 이 추운 날씨 연일 촛불시위를 하며 분통이 터진다는 인터뷰를 하며 국민으로서 대통령을 반드시 끌어내려 국민 앞에 사죄하게 만들겠다는 의지이다.


남편은 늘 그런 식이다 한번 욱 하고 후루루 지나가면 별일 없는 듯 그냥 그렇게 지낸다. 벌써 몇 십 년이 흘렀지만 대응방식은 변하지 않았고 난 늘 상처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로 지낸다는 것은 일상을 별 일없이 지내지만 머리가 띵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마음속으로 외친다. '난 너의 감정쓰레기통이 아니야' 저녁 먹고 찬바람이 부는 아파트단지를 걷다가 뛰다가 조금 숨통이 트인다. 너에게 하지 못한 말 '이제 그만하자' 그래 머리아플만하다. 머리가 띵한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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