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현명한 보호자는 없다

저먼 셰퍼드 덱스이야기

덱스는 두 살 된 저먼 셰퍼드다.
보호자 에이미 리우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여름에는 레이크 하우스에서, 겨울에는 스키 리조트가 보이는 콘도에서 지내는 활동적이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다. 부지런한 소비자이자 스스로를 ‘합리적 고객’이라고 여기는 타입이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1. “필요 없어요. 항생제만 주세요.”

두 달 전, 덱스가 갑자기 피 설사를 해서
예약 사이로 급히 끼워 진료를 봐주었다.

혈액검사나 엑스레이를 권하자
에이미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보기엔 필요 없을 것 같아요.
항생제만 먹이면 나을 것 같아요.”


“그럼 일단 항생제를 드릴 테니
이틀 뒤에도 나아지지 않으면 꼭 돌아오셔야 합니다.”
나는 설사 멈추는 약도 함께 준비해 드린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에이미가 물었다.

“처방전만 써주세요.
코스코에서 사면 훨씬 싸거든요.”


물론 처방전은 써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말했다.

“이 항생제는 병원에서도 일주일 분이 20불이고,
코스코에서 사셔도 15불 정도일 거예요.
지금 바로 가져가시는 게 가장 빨리 치료를 시작할 수 있고요.”

그러자 그녀는 단호했다.


“저는 더 싼 곳에서 살 권리가 있고,
선생님은 처방전을 쓸 의무가 있어요.”


2. 약국과 병원 사이에서 흩어지는 시간들

처방전은 당연히 써드렸다.
그리고 곧 코스코 약국에서 전화가 왔다.

용량이 없다는 것.
반 알로 나눠 먹여야 한다는 것.

나는 약사에게
그 약은 당의정이라 반으로 자르면 너무 써서
개가 먹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해야 했다.

“그럼 물약으로 바꿔드릴까요?”
약사는 대안을 제시했다.

“네, 그게 좋겠어요.”

10분 뒤, 에이미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물약으로요?
물약은 비싸고 먹이기도 어려워요.
다시 알약으로 바꿔주세요.”


나는 다시 말했다.

“코스코에 그 용량이 없다고 합니다.
다른 약국으로 가셔야 해요.”

그러자 그녀는 요구했다.


“그럼 선생님이 다른 약국으로 주문을 넣어주세요.”


나는 15분 넘게 약국 직원과 통화하며
새로운 처방을 조율해야 했다.

그 사이,
성격 급한 에이미는 다시 덱스를 데리고
병원으로 들이닥쳤다.
처방전을 직접 들고 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약국에 전화 주문을 넣은 상태라
다시 취소해야 했다.
취소가 확인되기 전에는
새 처방전을 발급할 수도 없다.

그 사이 불쌍한 덱스는
스트레스가 극도로 오른 탓인지
병원 로비 여기저기에 피 섞인 설사를 하고 다녔다.
직원들은 뒤에서 쫓아가며 휴지로 닦아내고,
문 앞에서 기다리던 손님들은
지연된 예약에 화를 냈다.

그날은 정말 슬프고 힘든 하루였다.


3. “니건은 받아줬다면서요.”

며칠 뒤 덱스의 설사는 다행히 멈췄다.

하지만 어제저녁 6시,
문 닫기 한 시간 전에
에이미에게서 전화가 왔다.


“덱스가 기침하고 밥도 안 먹어요.
하루 종일 토했어요.
지금 당장 가도 되나요?”


문제는
예약이 이미 두 개 밀려 있는 상태였고,
교대조 직원 프랭크는
전철로 집까지 두 시간이 걸린다.

에이미의 ‘가격 비교’와 ‘권리 주장’으로
시간이 지연되면
병원이 훨씬 늦게 닫게 되고,
그러면 프랭크의 택시비까지
병원이 부담해야 한다.

나는 정말 덱스를 바로 보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정말 죄송하지만 지금은 응급실로 가셔야 합니다.”

그러자 에이미가 반박했다.


“니건은 이틀 전에 바로 받아주셨다던데요?
덱스가 니건하는 감기 옮은 것 같아요.”


“그날은 예약이 캔슬돼서 가능했어요. 오늘은 밀린 예약이 있습니다.”

결국 그녀는 이머전시에 갔다.


4. ‘소탐대실’이라는 말

다음날 전화가 왔다.

“이머전시에서 엑스레이랑 피검사해서
엄청 많이 나왔어요.
니건은 항생제만으로 나았다던데
덱스도 그럴 수 있었던 거 아닌가요?”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안 받아줘서 더 비싼 병원비가 나왔어요.”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저도 응급 환자를 받을지 말지는 법적으로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어요.”

‘항상 합리적이고 현명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 말은 결국 더 큰 싸움이 될 것 같았다.

전화를 끊으며
나는 조용히 중국어로 말했다.


“쏘이탐 때 시일.”
소탐대실.


듣지 못했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했을까?

작은 돈을 아끼려다
동물도, 전문가도, 자신도
고생하게 만드는 사람들.

권리만 크게 외치다
정작 중요한 건 놓쳐버리는 순간들.

그날따라 그 말이
유난히 귓가에 오래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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