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여름의 시작
지후는 수업을 마치고 붉그레한 노을빛을 따라 걸었다. 그의 걸음은 익숙한 듯 오래된 나무로 향했다. 저 멀리 나무 아래, 실루엣이 어른거렸다. 바로 루나였다. 저녁노을을 머금은 그녀의 금발 머리는 부드럽게 빛나 있었다. 지후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루나가 걸어오는 지후를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
지후는 상기된 얼굴로 인사했다.
"어... 안녕..."
루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왠지 여기서 기다리면 널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어. 우리 좀 앉을까?"
지후와 루나는 오래된 나무 아래 기대어 앉았다. 지후가 입을 열었다.
"우리 두 번째 만남인데, 왠지 오래된 느낌이 들어. 그리고 사실은..."
지후는 약간 머뭇거리다 쑥스러운 듯 말했다.
"며칠 전에 학교에서 친구들이 만난 로봇 얘기를 했었는데... 그 얘기를 하면서 네 생각이 났어."
루나도 부끄러운 듯 속삭이며 얘기했다.
"... 사실은... 나도 계속 널 만날 날만 기다렸어."
어느덧 여름의 시간은 밤을 향해갔다. 밤하늘엔 작고 큰 별들이 황금색 수를 놓기 시작했다. 지후는 가방에서 돗자리를 꺼내 나무 아래에 펼쳤다.
"밤하늘에 있는 별을 보는 거 좋아하는데... 같이 볼래?"
루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나란히 누워 별들을 바라보았다. 지훈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항상 혼자 별을 보곤 했었는데... 이젠 마음이 통하는 친구랑 같이 보니 꿈꾸는 것 같아...."
"사실은... 나도 그래... 근데 나 별을 처음 봐."
"아... 어때?"
"흠... 뭔가 마음이 고요해지고 편안해지는 것 같아."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별들을 바라보았다. 이후 지후가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가 보는 저 별빛들... 수백 년 전에 온 별빛이래."
"아... 수백 년 전 별빛...."
지후는 루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린 지금 과거에서 온 별빛을 함께 보고 있어. 별을 보는 이 순간도 곧 과거가 되겠지...? 아늑한 추억이 되겠지?"
"아마..."
"우리 이 순간을 남기는 거 어때?"
"어떻게...?"
"잠시만"
지후는 가방에서 노트와 연필을 꺼냈다.
"그림 제목은 별빛아래, 우리..."
지후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노트에 주변 풍경과 자신들의 모습을 조금씩 그렸다. 어느덧 그림이 완성되자, 지후는 부끄러운 듯 슬며시 루나에게 내밀었다. 그림 아래에는 '나의 특별한 친구, 루나와 함께'라고 적혀있었다. 그림을 받아 본 루나의 눈이 순간 흔들렸다.
".... 특별한 친구... 루나와 함께..."
루나는 작은 소리로 마지막 문구를 읋었다. 그리고 한동안 지후를 바라보았다.
"고마워. 날 진심으로 대해줘서..."
밤하늘 별빛아래, 둘의 추억이 한 여름의 향기와 함께 조금씩 펴져가고 있었다. 어느새 여름밤공기는 그들의 추억으로 가득했다.
수백 년 전에 떠난 별빛들 시간 사이로
우리들의 시간과 추억이 함께 흘러가고 있어
흘러간 시간들이 모이고 모여
의미 있는 시간들이 된다면
우리는 영원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