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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한 세계(4)

by Josephine

1장 여름의 시작












한 여름 저녁의 노을은 온 하늘을 붉그스레 색칠하고 있었고, 여름밤공기는 촉촉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여기저기 자기 존재를 알리는 듯, 풀벌레 소리가 온 공기를 매웠다. 지후와 루나는 나란히 나무 아래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 나무가 내 오래된 친구야. 외롭고 힘들 땐 나무에게 기대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어.... 물론 나무는 말이 없지만, 마치 내 얘기를 들어주는 것 같아....

비가 오늘날이었어. 그날 학교에서 친구와 다투고 마음이 많이 힘들었어. 비를 맞으며 나도 모르게 나무에 기대어 울고 있었는데, 마치 나무가 '괜찮다'며 날 위로해 주는 것 같았어. 그날 이후 이 나무를 자주 찾게 되었어.

루나는 고개를 돌려 지후를 한번 본 후, 나무를 올려 보았다. 손 끝으로 천천히 나무를 쓰다듬었다.

"고마운 친구구나...."

지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무에 작은 구멍을 발견했어. 가끔은 말하는 것도 힘든 날이면, 내 마음을 담은 쪽지를 구멍에 넣곤 했어. 마치 내 비밀 얘기를 하는 것처럼... 신기하게 얼마 후에 나뭇잎이 흔들렸어.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잠시 정적이 흘렀다. 루나는 고개를 돌려 지후를 보며 슬며시 물었다.

"... 가장 힘든 게 어떤 거였어?"

"그냥... 어릴 때부터 많이 외로웠어. 아버지는 사업을 하셔서 항상 바쁘셨지.... 어릴 땐 그나마 자주 뵈었는데... 최근 몇 년간은 거의 뵙지를 못했어... 사업 때문에 해외에 계셔. 어머니는 디자이너이신데, 해외출장이 많으셔. 자주 며칠간 집을 비우시지. 중학교 때까지 외국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왔어. 고등학교를 가보니 모든 것이 너무 낯설고, 마음을 둘 친구도 별로 없고... 그래도 이 나무는 변치 않고 계속 이곳에 있어 마음이 편해."


루나는 지후를 빤히 보며 말했다.

"나도 이 나무처럼 변치 않고 계속 네 마음에 머물러 줄게"

그 말을 듣자, 지후는 놀란 듯 루나를 바라보았다. 그 말이 진심인 듯, 루나의 눈은 빛났다.

"진짜?"

루나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후도 같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 진정한 친구가 되기로 한 기념으로... 이 나무에 각자 우정 편지를 써서 넣어두는 거 어때?"

"좋은 생각인데!"


지후와 루나는 편지를 고심하며 써 내려갔다. 먼저 편지를 쓴 루나가 웃으며 말했다.

"다 썼어. 내가 먼저 넣어둘게. 우리 언젠간 시간이 지난 후 꺼내서 읽어보자."

"그래... 좋아!"

루나는 지후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내 친구. 지후...."

그러고선 말없이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이제 가야 해. 내가 있던 곳으로... 우린 일주일에 두 번 볼 수 있어."

"아... 이제 조금 친해지려고 했는데...."

"그러게... 나도 아쉬워."


루나는 지후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먼저 그 자리를 떠났다. 지후는 점점 멀어져 가는 루나를 한없이 바라보았다. 노을을 등지고 가는 루나의 뒷모습이 따뜻해 보였다. 지후는 그 장면을 마음 한구석에 넣어 두었다. 마치 다시 꺼내보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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