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자율신경계는 내분비계와 더불어 심혈관, 호흡, 소화, 체온조절 기능을 조절해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눠지는데, 교감신경은 신체가 스트레스 상황에 대응하도록 준비시키는 역할을 하죠.
반대로 부교감신경은 신체를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고, 휴식 및 소화 반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의 몸은 교감과 부교감이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반응하게 되어 있는데, 환자분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교감신경만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가 거꾸로 쏟는다고 하죠?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래에 있던 피가 머리로 쏠리게 됩니다."
"환자분은 장기간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혈액이 위쪽으로 쏠려 있다 보니, 혈액 순환이 원활히 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위 기능이 약해지고, 혈액이 운반하는 영양분이 전달되지 못하겠죠. 또한 혈관에 찌꺼기 청소가 되지 않아 온몸에 통증 유발이 되는 겁니다. "
여기까지 원장님의 말을 듣자, 지금까지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아무도 나에게 이렇게 명료하게 내 증상 하나하나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주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감사한 생각과 함께 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원장님께 질문을 했다.
"원장님, 그럼 전 자율신경실조증 증상 중 어떤 기능이 가장 많이 떨어진 상태인가요?"
원장님은 나를 한번 보시고선, 컴퓨터에 증상들을 기록하면서 입을 열었다.
"자율신경실조증에는 여러 증상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환자분은 체온 조절 기능이 가장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 겨울 철 찬 바람이나 여름에 에어컨 바람을 계속 맞게 되면 저체온 증상까지 갔을 겁니다. 교감신경 기능이 더 항진되고 부교감신경 기능이 더 떨어져 몸 컨디션이 더욱 안 좋았을 겁니다. "
여기까지 원장님 설명을 들으니 여러 가지 복잡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원인을 알게 되어 너무 후련한 마음이 드는 한편, 앞으로의 나의 삶이 막막하기도 했다.
"원장님, 그러면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원장님이 다시 나를 지긋이 보시더니 말을 이어갔다.
"환자분은 만성이기 때문에 일반인처럼 쉽게 자율신경 균형이 돌아오진 않을 겁니다. 어쩌면 평생 한약을 먹어야 될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지금보단 교감 신경을 낮추고 부교감신경을 올려주는 노력을 하시면 지금보다는 훨씬 좋아질 겁니다."
그러고선 원장님은 다시 말을 이어가셨다.
"우선, 교감 신경 항진을 막기 위해선 스트레스를 피해야 합니다. 쉽진 않겠지만 최대한 스트레스를 안 받는 환경을 만드세요. 혹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바로 기분 전환할 수 있는 활동을 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카페인 역시 교감 신경을 항진시키니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음악 듣기, 산책, 독서, 가벼운 운동은 부교감 신경을 올려줍니다. 이와 같이 마음을 안정화시키고, 기분이 좋아지는 활동을 하세요.
즐거운 기분, 긍정적 생각, 웃음 역시 몸을 이완시키고 부교감 신경계를 활성화시켜 몸의 면역 체계가 강화된 됩니다. 그렇게 부교감 신경을 올리시면 됩니다.
식단은 채소와 단백질 위주의 건강 식단을 하시기 바랍니다. "
증상의 원인과 치료법까지 원장님이 얘기해 주시자, 난 마치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던 시험지 문제의 해답을 보는 듯했다.
그동안 불투명하고 보이지 않던 길들이 맑은 시야로 선명하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이제 원인도 알았고, 원장님이 알려주신 대로 하면 어느 정도의 회복도 가능하다고 하니, 최대한 노력해 보기 기로 마음먹었다. 원장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한의원을 나섰다.
'그래, 이제 몸이 힘들 때는 한약을 먹고, 평상시엔 건강을 위해 노력도 하고.. 나도 정상인 범주에 가까운 내 몸 상태로 만들자..'
처방된 한약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이번엔 틀림없이 효과가 있을 거야.. 원장님은 내 증상 하나하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계셔.."
드디어 한약이 도착했다. 일단 한약 효과가 있는지 궁금했다.
복용한 지 2주 정도가 지났을까...
놀랍게도 내 통증은 사라졌고, 나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나에겐 기적과도 같았다!
그동안 수많은 한의원을 찾아다니며 진단받고, 한약을 복용했지만 전혀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는데,이렇게 회복이 되다니.. 도대체 몇 년 만의 기적인 것인가.. 나에게도 드디어 이런 날들이 찾아오는구나..
이후 나의 삶은 정상인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역시 몸을 무리하거나 스트레스받거나 찬 바람을 맞으면 다시 통증이 찾아왔다. 한약은 그때 당시의 증상 회복에만 도움 되었다. 결국 근본적인 몸의 회복이 필요했다. 부단히 부교감을 올려주는 노력들을 해갔다.
그렇게 3년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내 몸은 드디어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까지 회복되었다.
물론 아직 체온 조절 기능은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지만,
몸에 무리를 하더라도 가벼운 몸살 정도의 통증만 나타났고, 그것도 2~3일 뒤엔 회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