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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hine Oct 01. 2024

어느 날 내 삶이 사라졌다(5)

- 7년간의 자율신경실조증 투병기 -

1장. 어느 날 내 삶이 사라졌다.


5) 견뎌내기


병명을 알 수 없게 되자, 여러 생각들로 혼란스러워졌다..



한참 후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들을 정리했다.


'그래.. 병명은 모르지만, 그래도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자.. 무엇이라도 하자..'

일단은 내 몸을 챙기자. 최대한 몸에 좋은 음식들로 내 몸을 채우자..'


이렇게 마음을 먹은 후, 인터넷으로 식자재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막연하게나마 잡곡, 채소, 과일 위주의 식단을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역류성 식도염이었다.

병의 한 증상인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심해서 음식 종류의 2/3를 먹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간이 되어 있는 음식은 속이 아프고, 토해내기 일쑤이고, 채소와 과일조차도 위를 조금이라도 자극하게 되면 음식이 내려가질 않았다.

특히 과일 중에 토마토는 한 입도 삼킬 수 없었다.


결국 미음 수준의 밥과 최대한 저염식의 저자극 반찬 위주로 먹기 시작했다. 과일도 역류성을 자극하는 것은 일절 먹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손수 음식을 해 먹으며, 건강을 챙겨가고 있었다. 사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다. 살기 위해 먹기 시작했다.


통증이 계속 있었기에 음식을 해 먹는 거 이외에 집 안에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았다.


그때 문득 예전부터 사놓고 시간이 없어 읽지 못한 책들이 떠올랐다.


'그래, 책을 읽자. 이때가 아니면 책 읽을 시간이 없을지 몰라..'


그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자기 개발서부터 역사책, 에세이등 보이는 족족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책에 몰입되어 있는 시간이 좋았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




어느 날 부모님께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응.. 엄마..."

"어떻게 지내니..? 몸은 좀 어때?.."

"응, 그렇지 뭐.."


"저번에도 얘기했듯이, 고향으로 내려와서 같이 지내는 게 어떻겠어? 몸이 이렇게 힘든데..."

그 말을 듣고선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 음...

... 병명을 알면 가족들의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현재로선 고향에 내려가도 달리 방법이 없어..

그냥 여기서 혼자 힘으로 이겨내 볼래.. 그리고 여기에 있는 게 더 마음이 편하고."


"그래.. 너 뜻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응, 엄마.. 엄마도 몸 잘 챙기고.. 다음에 또 통화해.."


막상 부모님과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니,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다.


'부모님께는 혼자 이겨내 보겠다고 했는데..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이 고통은 언제쯤 끝날까.. 내 병명은 언제쯤 알 수 있을까..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그날은 평소보다 컨디션이 더 좋지 않았다. 몸은 한 없이 쳐지고, 식은땀에 통증으로 침대에만 누워 있고 싶었지만, 며칠 전에 분리 수거한 쓰레기를 집 밖으로 가져가야 했다.

순간 고민했다.


'몸이 평상시 보다 안 좋은데, 그냥 포기하고 다음에 할까..?'


한동안 고민하다가 난 집 밖으로 분리수거한 쓰레기를 배출하기로 결심했다.

몸이 천근만근이었고, 집 밖으로 움직인 시간은 고작 5분 내외였다.

'휴, 잘 해냈다. 제발 내일 더 아프지 말기를..'


그러나 내 바람과는 다르게 속절없이 난 다시 통증으로 침대에서 3주간 일어나지 못했다.

너무 서럽고 힘들어서 침대에 누운 상태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간의 서러움이 한꺼번에 올라온 듯하였다. 대성 통곡하며 울었다.

눈물은 얼굴을 타고 침대보에 쉼 없이 '또르르' 떨어졌다. 그 자리가 눈물로 흠뻑 젖어버렸다.


나는  너무 서럽고 화가 나서 내가 믿는 신에게 외치듯이 기도했다!


' 저는 도저히 제 삶이 이해가 안 가요!!  제가 뭘 그리 잘못했나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온 제가 왜 이렇게 병명도 모른 채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나요? 그것도 저 혼자서요. '


'전 살면서 죄를 지은 적도 없고 그냥 제 삶을 치열하게 살아온 거밖에 없는데, 왜 제가 이렇게 아파야 하죠? 차라리 병명이라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요.. 힘들다고요..!!'


순간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날 덮쳤다. 마치 저 멀리서 커다란 먹구름이 날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듯했다. 그대로 있다간 그 두려움이 날 잠식할 것 같았다. 순간 두 손 모으고 다시 기도했다.


'.... 이 고통을 오롯이 혼자만 감당하는 게 힘들어요... 보고 계시죠..? 절 지켜 주세요..!..


그리고 제발, 지치지만 않게 해 주세요..'







칠흑 같은 어둠 지나

찬란한 삶 올 때까지

버티고 버티리라

황홀한 여명 비출 때까지

버티고 또 버티리라

그렇게 삶 소망

웃으며

다가올 때까지

버티고 또 버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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