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사과 apple

물감과 돌

by 도겸


금요일이다. 오늘만 지나면 주말이다. 엄마집에서 책이나 보련다.

띠리리리. 전화다. 보라다.


"어.. 보라야."

"오빠... 학회 사무실로 빨리 좀....."

"어 그래. 금방 갈게."


보라 목소리가 차분하다는 것은 무슨 일이 생겨도 단단히 생겼다는 뜻이다.

학생회 사무실로 들어가니 효선이는 울고 있고, 보라는 효선이의 어깨를 토닥이고 있다. 원희도 있다. 서파장(서양화파트장)이랑 조파장(조각파트장)도 같이 있다.

불안하다. 보라가 먼저 입을 연다.


"오빠.. 효선이가.. 휴학을 해야 할 거 같아..."


효선이는 총무다. 우리 미술과 살림을 책임진다. 나보다 중요한 사람이다. 아. 이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효선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 도와줘야 한다. 효선이가 계속 훌쩍훌쩍 거린다.


"왜. 무슨 일이야. 효선아. 우선 진정하고.."


보라가 효선이 어깨를 한번 더 토닥이며 이야기한다.

"효선이 어머니가 쓰러지셔서... 효선이가 가야 한데...."

효선이는 충주에서 왔다. 효선이는 보라의 추천으로 총무가 되었다. 야무진 아이였다. 계산도 빠른 친구였다. 총무 하려고 대학에 온 아이 같았다.

효선이는 어머니랑만 지내다가 서울로 대학을 온 친구다. 충주에 어머니 혼자 계신다. 어머니는 사과 농장을 작게 하신다. 가끔 어머니가 사과 두 박스를 학교로 보내 주신다. 대학 친구들이랑 나눠 먹으라고.. 효선이는 사과를 좋아한다. 사과 냄새가 좋다고 사과를 가방에 달고 다니는 전형적인, 좀 이상한 미대생이다. 효선이의 그림 제목은 전부 sorry다.

미안. 사과.


효선이가 벌게진 눈을 닦으며 나에게 이야기한다.

"오빠... 미안해요... 저 학교 못 다녀요.... 엄마 보러 가야 돼요..."

"네가 왜 미안해야 하는 거야.. 아냐 됐어. 그리고 못 다니는 게 아니라 잠깐 집에 가는 거지 뭐.. 엄마 다시 건강해지시면 돌아오는 거잖아.. 자퇴하는 것도 아니고..우리 어차피 내년에 졸업해. 다시 와서 네가 학장 해야지.."

"오빠 ~ 어어어 엉엉엉~~~"


집에 있는 나의 엄마가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도 혼자 집에 있다.






그나저나 총무를 다시 뽑아야 한다. 우선 조교 쌤에게 보고를 하고 지침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효선이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3학년만이 임원을 할 수 있는 우리 과 규칙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3학년 아이들 중에 찾아야한다. 그런데 하고 싶다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것이다.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효선이가 왜 떠나는지 동기들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큰일이다. 보라가 할 수도 없다.


"학장아. 이거 학과장님이랑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학생이 중간에 휴학하는 것도 학과장님이 알아야 하는 일이고.."

소식을 들은 조교 쌤도 걱정이 되시는 듯하다. 우리 말고 효선이가...

"네. 제가 학과장님께 말씀드릴게요.."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교수님. 저 학장입니다."

"어 학장! 드루와~! 드루와.~!"

학과장님은 저런 농담을 좋아하신다. 그래서 애들이 좋아하는데, 싫어한다.

학과장님에게 차분히 설명을 드렸다. 학과장님은...


"그럼 2학년 중엔 할만한 학생 있어??"

"찾아는 보겠습니다."

...

"어? 야. 예전에 그 차.. 뭐? 그 나이 많은 애."

"예?? 차.. 상아요?"

"어. 걔 너랑 동갑이라며. 그 친구 시켜봐. 나이도 있고. 사회경험도 있고. 이런 걸로 과 애들이랑 친해지면 좋잖아."

"그래도 1학년인데...."

"야 학장. 너도 알겠지만 뭐 학년이 벼슬이냐?? 너 작년에 총무였잖아. 2학년인데. 임원이야 잘하면 그만이지."

그렇다. 생각해 보니 나도 2학년인데 총무였다. 학장형이 조파장 형이랑 나 때문에 말싸움 했다는 소리도 들은 적이 있다.


"그럼 조교랑 차.. 상아랑 이야기해 보고, 보고 드리겠습니다."

"어. 그래. 그래. 엠티는?"

"효선이 문제 때문에... 조금 딜레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뭐.. 안 가도 돼~. 효선이부터 잘 챙겨 줘."

"네 알겠습니다."


또... 그녀다.




부회장 보라와, 서파장 예리, 조파장 희경이, 그리고 이름만 멋진, 중재 위원 원희를 불러 학과장님과 나눈 이야기를 전달했다.


"난 대찬성."

예상은 했지만 보라는 역시다.


"저도 그 언니 좋아요. 우리보다는 아는 게 많겠죠."

서파장 예리도 찬성한다. 차상아, 학교생활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전.. 그 언니 잘 몰라요... 예리랑 보라가 좋다면.. 좋겠죠??"

조 파장 희경이도 미소를 지으며 마무리한다.


원희는 나와 눈이 마주치 더니 씩 웃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는 것 같다.


조교 선생님이 차상아를 과 사무실로 호출을 하고 나 대신 이야기를 전달해 주었다.

조교 선생님이 날 호출한다.

"어. 학장아. 해 보겠대. 학사(학생회사무실) 데려가서 인수인계 하고... 학과장님 인사 꼭 드리고.."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인수인계는... 보라에게 부탁하겠습니다. 효선이에게 부담 주기가 좀 그렇습니다..보라가 내용도 다 알고 있고.."

"그러네.. 그래. 그건 너희가 잘 조율해봐."

"네. 감사합니다."

"괜히 새 총무 왔다고 환영회 이런 거 하지 말고."

"당연하죠. 쌤.."


그녀의 진지한 표정은 처음 본다. 항상 종알 종알 떠들고, 웃으며, 미소 짓는 얼굴만 보았던 것 같다.

학사에 들어온 그녀는 보라와, 예리와, 희경이와 원희에게 인사를 한다. 효선이는 기숙사로 짐 챙기러 간 것 같다.


"언니.. 살림은 여기 컴퓨터에 있고.. 비밀 번호는 문자로 보내 드릴게요. 통장이란 카드 이런 건 과사에 말씀하시면 되고...." 보라도 마음이 이상한가 보다...


분위기를 조금 바꿔보고 싶었다.

"그래도.. 아직 큰 행사는 시작 안 해서 다행이다. 지금까지 한건 다 작은 것들이었잖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엠티 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 알았지?"

눈치 빠른 보라가 말을 잊는다.

"그러네~~ 언니? 혹시 엠티 추천 장소 있어요??"

그녀가 큰 눈을 껌뻑이며 대답한다.


"충주... 어때요??"


예리와 희경이와 보라와 원희와 나는... 눈이 그녀만큼 커졌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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