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남았다.
그가 이 대한민국을 떠나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날까지.
예전 같았으면
열흘이라는 숫자만 들어도
마음이 먼저 무너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의 나는 전처럼 서운하지 않았다.
그는 그 나름대로 바빴고
나도 내 일로 바빴다.
그래서 우리는 요즘
격주에 한 번쯤 만났다.
전 같으면
그 드문 만남이 애달퍼서
혼자 괜히 마음을 끓였을 텐데,
이상하게도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감정을 다 써버린 건지,
그저 지쳐버린 건지,
아니면 정말로
이별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가 나에게
모든 일을 다 말하지 않아도,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하지 않아도
이상하리만큼 마음은 고요했다.
그와 보내는 시간이
싫어진 것은 아니다.
그냥
이 모든 것이 전보다 훨씬
평화로워졌다.
너 없이 보내는 주말도 그랬다.
예전에는
너 없는 주말이 너무 길고 심심해서
친구들을 붙잡고
미친 듯이 밖으로 나돌았는데,
이제는
가만히 쉬어도 괜찮은 날이 되었다.
네 집 한쪽에 세워둔
커다란 캐리어 두 개를 봐도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낯설었다.
나는 아직도
주말이면 너를 만나기 위해
습관처럼 일정을 비워두는데,
이제 그것도
이번 주가 마지막이다.
너는 출국할 때
공항까지 따라오는 건 부담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갈 생각이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다시 같은 시공간에 서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시간 안에 머무를 수 있는 순간이
이제 하루도 채 남지 않았다는 걸 아니까.
그러니까 적어도 그때까지만은
너와 같은 호흡 안에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