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갱고흐 Jul 03. 2023

02. 퇴근 길마다 반겨주던 노을

하루 속에서 여유를 찾는 법


제가 속한 팀의 과장님은 하늘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항상 출근 후에 오늘 아침 하늘이 너무 예뻤다면서 출근길에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게 하루 일과이기도 합니다. 저도 나름 하늘 보기, 예쁜 하늘 사진 찍기를 내세우기도 했는데 과장님의 하늘 사랑을 따라갈 수는 없었지만요. 매일같이 하늘 사진을 보여주는 과장님을 보며 아차 싶을 때도 있답니다.


내가 오늘 아침 하늘을 본 적이 있었던가?


사실 걸을 때 하늘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사람을 찾기란 영 쉽지가 않습니다. 모두의 시선은 스마트폰에 집중되어 있죠. 가끔은 달려오는 전동킥보드와 스마트폰을 보고 걷는 사람이 마주치기라도 할까 봐 조심하세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고 했던 적도 많았습니다만, 이내 다시 시선은 스마트폰에 고정한 채, 하늘을 올려다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의 회사를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습니다. 과장님과 저는 사는 곳이 반대방향이라 항상 중간지점에서 헤어졌는데, 그날은 제가 가는 역으로 같이 퇴근 중이었습니다. 그 잠시동안 무슨 이야기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노을 너무 예쁘죠?


매일같이 퇴근길에 보던 노을이었는데 그날은 과장님이 말씀하셔서 그런지 눈앞에 보이는 빨간 노을이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 면서 반겨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장님과 같이 본 노을들


그렇게 둘이 잠깐 걸음을 멈추고 노을 사진을 찍으며 자연스럽게 일은 어땠는지, 회사는 괜찮은지 스스럼없는 가벼운 질문들이 오고 갔습니다. 그렇게 역에 도착 후 과장님과 인사를 나눈 뒤, 사진첩에 들어가 오늘 찍은 노을 사진을 보았습니다. 혼자 걸어오는 퇴근길에 노을은 보았지만 사진으로 남겨둔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휴대폰에 저장된 노을 사진이 매사 바쁘고 종종걸음으로 다닌 저에게 잠깐 숨 좀 돌리고 나를 좀 보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어요. 그렇게 다음 날부터 퇴근 후 시선은 스마트폰이 아닌 노을을 보는 것에 집중되었습니다. 잠깐 서서 사진도 찍는 날도 있었죠. 잠깐 쉬었다 가면 어떱니까. 어차피 행선지는 집이니까요.


퇴근길에 찍은 노을


지금은 해가 길어진 여름이어서 퇴근하자마자 노을을 볼 수 없는 게 아쉽지만, 이 계절이 지나면 다시 노을을 보면서 퇴근하는 날이 올 테니 다시 사진 찍을 준비를 해야겠죠. 어서 선선한 가을이 와 과장님과 서로 찍은 노을 사진 자랑을 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01. 빼곡한 사람들 사이에서 꿋꿋이 쥐고 있던 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