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호선이 우리에게 건넨 말들
가끔 인터넷에서 마주하는 영상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 수고 많으셨다며 지친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기관사의 안내방송입니다.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저들도 많이 지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염없이 그 말을 들을 때가 있었죠. 유난히 힘들었던 날은 검색해서 보는 날도 있었답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 나도 저런 따뜻한 방송을 들을 수 있는 걸까- 하며 괜스레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동경하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게, 그 당시에 저는 회사와 집이 가까워 직원분과 함께 출퇴근을 하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피곤한 날에는 아무 말 없이 편하게 집에 가고 싶었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었죠. 하루종일 상사와 같이 있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어찌어찌 퇴사를 하고, 이력서를 내고, 드디어 동경하던 지하철에 몸을 싣는 날이 오자 내심 설레었습니다.
이어폰을 빼는 날도 있었고, 노랫소리를 줄이는 날도 있었지만, 기대와 달리 따스한 안내멘트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점차 시간이 흐르자 저 역시 지하철에 몸을 실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이어폰을 꽂는 나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회사를 1년 즈음 다녔을까요, 그날은 조금 귀가 피곤해서 이어폰을 안 끼고 멍하니 휴대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곧 뚝섬유원지 역이구나, 야경 예쁘겠다 하고 생각하던 찰나,
승객 여러분, 이번 역은
뚝섬유원지 역입니다.
지나가는 창 밖을 바라봐주십시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출근하시고,
퇴근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토록 기다렸던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독특한 목소리의 기관사님의 멘트에 놀람과 동시에 마음이 찡 해지면서 위로받은 느낌이 마구 들었습니다. 사실 그날은 그렇게 힘든 날이 아니었던 것 같았는데도, 누군가가 옆에서 그렇게 말해주니 모든 것들이 보상받은 기분이었죠. 말의 힘은 정말로 강하구나를 느낀 하루였습니다.
그렇게 가끔 그 기관사님이 타는 열차를 타는 기회가 종종 생겼습니다. 출근길에는 오늘 하루도 파이팅 하시라는 말, 퇴근길에는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다는 말, 사람이 많아 빽빽하게 있을 땐 서로 조금만 양보해 주자는 다정한 말까지.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다정한 걸까?라는 생각도 몽글몽글 들기도 했고요.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기관사님의 열차를 안 탄 지 오래돼서 그리움에 적어내렸습니다. 그리워한 만큼, 내일은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