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게 잘 가고 있는 거겠지?
이직 제안이 왔었다.
이전에 같이 일했던 차장님이 계신 곳에서 같이 일하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고민을 하다가 급하게 면접을 보았는데, 준비를 많이 못하고 가서인지 같은 말을 버벅거리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주중 내로 연락을 주신다고 했는데, 금요일 끝자락이 되어서도 연락이 없어 여쭤보니 대표가 더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나름 스카우트(?)도 되었다고 자부했었는데, 역시 사람은 준비가 되어있어야 했나 보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기다릴게요. 하던 때, 같은 팀 과장님(비서)이 이직한다고 말을 꺼내셨다. 회사가 사실 어려워졌다. 8년을 재직하신 과장님 입장에서는 퀸텀점프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이 드셨나 보다. 사실 회사가 어려워진 걸 안 후 둘이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다짐했던 게 있었다. 둘 중 누가 먼저 이직하더라도 비난하지 않기로. 그 순간이 빨리 왔구나 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럼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수도 없는 생각이 머리를 괴롭혔다.
새로운 직장은 상사가 보장되어 있지만, 복지가 그리 좋지 않아 식대지원이 없어 그 금액을 빼면 지금 연봉과 동일하다. 설령 합격하더라도 가는 게 맞는 걸까? 고민하던 때에 지금 회사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비서 업무를 같이 해주면 안 되겠냐고, 연봉을 올려주겠다고 한다. 지금 회사는 식대도 지원해 주고, 기본적인 복지도 탄탄하다. 분위기도 좋아서 어려운 회사 사정만 빼면 오래 재직하고 싶다고 생각이 든 곳이기도 했다.
이제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새로운 직장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여기 남아있을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노견이었던 슈슈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모든 게 소용돌이치고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 이렇게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나를 집어삼키는 나날이었다.
어지러운 일상을 해결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었다. 계속 이렇게 우울에 빠져있을 순 없었다.
나에겐 주어진 일들이 너무 많았고, 하고 싶은 일들도 많았기에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낼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것들을 멀리서 바라보기로 시작했다
이직 제안이 온 곳에서의 연봉을 참고해 지금 회사에 내가 고민하고 책정한 연봉을 말씀드렸다. 나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었던 팀장님은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연봉이 한순간에 뛰어올랐다. 그리고 이직 제안이 온 회사의 계신 차장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하자, 오히려 미안하다면서 그곳에 나의 역량과 연봉을 더 높여서 좋은 곳으로 이직하면 될 거라는 덕담도 잊지 않으셨다. 참 감사한 분이다. 새로운 비서 업무를 배운다는 건 부담감이 컸지만, 설레기도 했다. 이전에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일들에게서는 배워가는 건 있다. 이 생각으로 다니기로 마음먹자 한결 편안해졌다. 지나와보니 예전에 했던 것들은 다 나중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비서님은 얼마 남지 않은 근무 중이었던 금요일 저녁 다 같이 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모두에게 쓴 편지를 하나씩 건네주셨다. 회사 사람에게 편지를 받을 줄이야. 진심을 담아 꾹꾹 눌러쓴 편지에는 내가 듣고 싶은 말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몇 번이고 읽으면서 눈물을 삼켰다. 나 잘하고 있는 거였구나. 하면서 스스로를 칭찬했다. 이제 나는 잘할 수 있을 것이고, 잘 해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그와 동시에 남자친구의 오랜 꿈이었던 파충류 카페를 8월 중순에 오픈하게 되었다. 갈 때마다 새롭게 바뀌는 공간을 보면서 우리는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남자친구와, 업무적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나. 무더운 8월에 어떤 나날들이 펼쳐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