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귀한 나라

-책 한 권, 여섯 달의 기다림


장바구니와 기다림


사고 싶은 책이 있다.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검색하고,

장바구니에 담는다.
그다음엔?

그대로다. 6개월쯤 후 한국에 갈 때까지, 장바구니에 묵혀둔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도, '지금은 안 돼'라는 현실 앞에 점점 잊혀간다.

어느 날, 구글에 ‘추천 도서 TOP 10’을 검색했다. 인간관계론이 눈에 띄었다.
그 작가의 책들을 시리즈로 몽땅 담았다.
장바구니는 점점 쌓여가고, 나는 점점 현실에 적응한다. 이방인의 삶이 그렇다.


한국에 가면 하고 싶은 게 참 많다.
책도, 음식도, 여행도.


문제는, 차가 없다.
한국에서 나는 뚜벅이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긴 하지만, 서울 외곽이나 장거리 여행은 엄두가 안 난다.

게다가, 난 인도네시아, 오른쪽 운전석에 익숙한 사람이다. 한 번은 남편이 한국에서 시아버님 차를 운전하다가, 습관적으로 반대 차선으로 들어가 모두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남편 없이 귀국한 며느리에게 그 아끼는 차를 내줄리가 없다. 나 또한 불안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한국 일정은 도보.

짐을 내려놓고 제일 먼저 향하는 곳은?
슈퍼마켓.

왜?

배고프니까~

과거엔 대형마트에서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무료배송도 해줬다. 이제는 배송 시스템이 사라졌다. 무거운 짐을 들고 나와, 당황하며 택시 앱을 켰다. 익숙할 것 같은데 익숙하지 않다. 여기선 기계 좀 만진다 싶었는데, 한국 앱 앞에선 어리버리. 자존심이 상한다.


나는 한국 슈퍼에 갈 때 시댁 식구와 같이 가지 않으려 한다. 이방인의 마음을, 겪어보지 않은 이에게 다 설명하기 어렵다.


“다 샀니?”

“그건 어디 쓸라고?”

“아직 멀었니?”


이런 질문들이 내 쇼핑 카트에 브레이크를 건다. 구입이 목적이 아니라 요즘 한국에는 어떤 물건이 있는지 너무 알고 싶은 내 마음을 알턱이 있나.



자카르타 한국 슈퍼에서 사 먹는 수입 냉동 비엔나소시지의 그 맛은, 말 못 한다.
푸석하고 밍밍한 그 맛.
반면 한국에서 먹는 건 다르다. 쫄깃하고 따끈하고 맛있다.
동네에서 파는 찐만두, 명동거리에 늘어선 처음 보는 먹거리와 물건들.
그곳은 나에게 신세계다.


TV에서 먹방을 보다 보면 생각이 든다.
‘한국에 사는 사람은 좋겠다, 언제든 이런 걸 먹을 수 있으니까.’


병원도 마찬가지다.
여기선 치아가 아파도 선뜻 병원 가기가 망설여진다. 보험도 안된다.
의사 실력을 믿을 수도 없다.
그래서 한국에 가면 병원부터 들른다.
일명 ‘병원 투어’다.


그렇게,
오늘도 다른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한국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이방인의 삶은,
한국책이 귀한 이 나라에서
한국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내게 한국은,
쉽게 구할 수 없는 책만큼이나
귀하고도 간절한 곳이다.




by 23년 차, 자카르타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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