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식사할 때 음료를 꼭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좀 다르다. 식당에서 음료를 주문하지 않으면, 종업원이 꼭 묻는다.
“음료는 뭐로 하시겠어요?”
그저 인사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한 질문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코코넛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덜 익은 초록색 코코넛(Kelapa hijau) : 위에 좋다고 하여 주로 약처럼 마신다.
잘 익은 갈색 코코넛(Kelapa tua) : 단맛이 나고, 음료로 마시기 좋다.
주문자의 기호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아들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현지 엄마들과 하교 시간까지 약 3시간을 함께 보내곤 했다. 로컬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일상 언어와 문화도 자연스레 배웠다.
어느 날은 세 팀이 모여, 자카르타 외곽의 전망 좋은 현지 식당에 갔다. 아이들은 식당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놀았다. 한국에서는 식당에서 아이들이 뛰면 따가운 시선을 받지만, 여긴 다르다. 아이들에게 뭐라 하면 오히려 옆에서 묻는다.
“왜요? 애가 노는 게 당연하죠~”
그 무렵 코코넛 음료에 푹 빠져 있었다. 음료 자체도 맛있지만, 코코넛 안을 숟가락으로 누룽지 긁듯이 박박 긁어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끌라빠 즈룩(Kelapa Jeruk)—코코넛과 오렌지 주스를 섞은 음료는 더더욱 맛났다.
그날도 음료를 고르던 중, 나는 종업원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끄빨라(Kepala) 하나 주세요.”
… 순간, 정적.
현지 친구들과 종업원이 나를 빤히 보더니, 이내 폭소를 터뜨렸다.
“왜?”
내가 물었다.
현지어로
머리는 끄빨라(Kepala)
코코넛은 끌라빠(Kelapa)
즉, 나는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머리 하나 주세요~”
… 아직도 코코넛 음료를 주문할 때면 그날의 상황이 떠오른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끄빨라 말고 끌라빠…”
“머리 말고 코코넛…”
by 23년 차, 자카르타 언니
사진 출처 및 참고
어린 코코넛 워터 vs. 오래된 코코넛 워터, 어느 것이 더 건강할까? - ClickDoctor https://share.google/rKzJQxXkQ65NvCy7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