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하이톤의 아침
아침 아홉 시.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아…
“이사님~~~~~!”
대표이사의 사모, 론사나님.
텐션 높은 하이톤이 수화기 밖으로 새어 나와 경영지원팀 전체 공기를 흔들었다.
“지금 은행이에요. 퇴직금 송금, 언제 되나요?”
나는 잠깐 말을 고르다 답을 삼켰다. 아직 월말 정기결재도 업체별 정리가 덜 끝난 상태였다.
오늘 안에 지급한다고 확답한 적도 없는데… 이미 은행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지점에 나가 계시단다.
전화기 너머의 음량은 파티션을 가볍게 넘어 주변 책상까지 번졌다.
팀원들은 마치 묵언 수행이라도 하듯 고개를 떨군 채 키보드만 두드렸다.
얼굴이 화끈거려 파티션 너머 김 과장을 쉽게 부르지 못했다.
“과장님.” 내가 입을 떼기도 전에, 창립 멤버로 근무하다 재입사한 김 과장이 먼저 말했다.
“지금 보내드리면 될까요?”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난리 와중에도 회사는 세무조사를 받고 있었다. 출근도 안 하는 분들의 급여는 여전히 나가고, 지적 사항에 따른 세금 고지서도 곧 날아올 것을 알면서도…
‘그전에 정리하겠다’는 굳은 의지는, 이상하게도 우리 모두를 더 부끄럽게 만들었다.
월말 결재 라인은 여전히 길었다. 대금 지급 일정표엔 빨간 표시가 여러 개, 그리고 이름 옆에는 ‘확인 대기’라는 메모가 빼곡했다. 눈앞의 숫자들은 차갑게 정확했지만, 오늘 하루의 공기는 이상하리만큼 덥고 무거웠다.
“계좌 다시 확인해 주세요.”
김 과장이 내 쪽으로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무언의 신호로 서로의 화면을 확인했다. 금액, 수취인, 지급 사유. 어느 하나 틀리면 안 되는 라인업.
론사나님의 목소리는 다시 울렸다. “이사님, 저 지금 창구에 서 있어요. 순번 금방 와요.”
그 한마디에 팀의 타자 속도가 미세하게 빨라졌다. 누군가는 숨을 참았고, 누군가는 자리를 고쳐 앉았다.
부서는 전체적으로 ‘죄는 없지만 체면은 구겨지는’ 독특한 감정에 잠겼다.
승인은 떨어졌다. 이체 완료.
알림음이 짧게 울렸다. 김 과장이 나를 보며 아주 작게 웃었다.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화는 끊겼지만, 하이톤의 여운은 한동안 팀을 떠나지 않았다. 파티션은 얇았고, 우리는 서로의 표정을 모른 척 읽었다.
숫자를 다루는 부서는 원래 말을 아낀다. 그러나 오늘의 침묵은 절약이 아니라 피로였다.
‘앞에서는 기부의 미덕, 뒤에서는 정리의 속도.’
나는 모니터 하단의 포스트잇을 슬쩍 떼어냈다. “원칙: 순서, 증빙, 이유.”
순서가 흔들리면, 증빙은 의미를 잃고, 이유는 궁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