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경험이다. 부대 인근에 작은 산불이 났다. 민가와 멀리 떨어진 군부대만 듬성듬성 존재하는 지역이라 가까이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사단급 부대의 소방병력이 큰 불을 끄고 남은 잔불 정리에 우리처럼 작은 부대가 동원되었다. 당시 일병이었던 나는 부대원 10여 명과 함께 차출되어 나갔다. 지휘는 휴일이라 당직인 주임원사가 맡았다. 소방 관련 보직을 맡은 간부가 급히 부대로 들어올 상황은 아니라 생각했기에 그랬던 것 같다.
현장에 가보니 불꽃이나 화염 같은 것은 없었고 타고 남은 재와 연기만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주임원사는 우리에게 삽으로 흙을 퍼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잿더미 위를 덮어주라고 했다. 안전에 대한 주의나 당부는 없었다.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화재 진화 작업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눈앞에 불이 없으니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고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
사고는 작업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났다. 눈에 보이는 불은 없지만 불이 산소를 태워 버려 거기 공기 중 산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숨을 쉬는데 코로 공기는 들어왔는데 산소가 없으니 머리가 멍해지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위급한 마음에 고개를 들고 위험 신호를 보내고 싶었지만, 서로를 살피도록 조를 구성하지 않았으니 나를 보는 사람이 없었고, 소리를 낼 수 있는 호흡 상태가 아니었다. 아찔한 그 순간 산소가 있을 것 같은 가장 가까운 곳으로 몸을 던지듯 뛰어나갔다. 겨우 살아서 숨을 헐떡이는 나에게 지휘관은 고작
"조심하지 그랬어."
라는 말뿐이었다. 자기 지휘를 따르던 병사가 죽을뻔했는데 원인에 대해 관심도 없고 책임감도 없었다. 그래도 뭐 자기는 '나쁜 사람'은 아니란 평가를 받는 사람이니까. '나쁜 짓'한 것도 아니고. 화재 진화 작업을 지휘하려면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맡지 않거나 그 지식이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지휘해야 한다. 우리 부대에도 소방 관련 지식이 있는 공병 부대 간부가 있었다. 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다른 부대의 소방 지휘관에게 도움을 청했어야 했다.
내가 살면서 언뜻 쓸모없어 보이는 것도 알아두려고 하는 이유가 이런 일을 자주 겪어서이다. 어리석은 자의 지휘 통제 아래 있을 때 내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 어리석은 자가 지휘권을 가지고 있으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 된다. 사고가 일어나도 대책도 없고 개선도 없다.
"내가 이럴 줄 알았나, 운이 없어 어쩌다 일어난 일이지."
이런 태도이기 때문이다.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면 무식하지도 않을 것이고 능력 안 되는 일을 맡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깜냥이 안 되는 무능한 자를 리더의 자리에 올라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제도를 개선하고 투표를 신중하게 해서 막아야 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그런 자가 리더인 곳에 속하게 되면 사고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방심해서 '설마 이런 것도 모르는 리더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 위험해진다. 그들은 정말 모른다. 학벌, 경력, 평판에 속지 말아야 한다. 상상을 뛰어넘는 무지한 리더, 의사결정자는 차고 넘친다.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하는 것일 거라 착각하지 마라. 최선이 뭔지도 모르고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자들이 차고 넘친다. 각자도생은 이래서 나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