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주제, 편견의 클리셰, 그리고 회수될 떡밥들
<더 글로리> 리뷰에 이어 2탄 클리시와 Part 2에서 회수될 떡밥들을 짚어보자.
클리셰 1. 작가의 전작들과 클리셰
클리셰 2. 복수를 주제로 한 다른 작품들과 클리셰
클리셰 3. 사회적 편견의 클리셰
작가 김은숙의 클리셰
김은숙 작가의 작품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을 보면 늘 여자 주인공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고 그녀에게 반해서 그녀를 돕는 남자 주인공은 특별하고 비범한 능력자다. 전형적인 '백마 탄 왕자'가 여자를 구원하는 스토리. 드라마의 주 소비층이 평범한 여성임을 생각하면 외면할 수 없는 틀임을 인정한다. 가히 '김은숙 장르'라 할만하다. <더 글로리>도 마찬가지다. 대형 병원 아들 주여정은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이고, <신사의 품격>의 장동건, <도깨비>의 공유다. 이 백마 탄 왕자들은 또 하나씩 핸디캡을 가지고 있고 그걸 여주인공이 채워주고. 뻔한 스토리.
김은숙이 그린 남자 인물은 여자들의 판타지에만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남자가 볼 때 실존감이 전혀 없다. 남자가 몰입할 수 있는 인물이 드물다.
이 작품에서 가장 엉성하게 그려져 몰입을 깨는 인물은, 박연진의 남편 하도영. 바둑 스승 변호사와 바둑을 두면서 허름한 기원에 다니는 설정. 우산을 잠시 들어달라는 기사의 요청에 100만 원 넘는 와인을 기사에게 줘 버리는 장면 등 여자 작가의 작위적 설정이 심해 몰입이 어렵다. 남자 작가가 그린 여자 인물들도 이렇게 느껴지겠지.
주여정, 전재준도 작가의 필요에 따라 강했다가 약했다가, 섬세했다가 둔했다가. 다혈질이었다가 진중했다가. 작중 인물이 아니라 작가의 장난감이다.
복수물의 클리셰
구성이 가장 비슷한 것은 <친절한 금자씨>, 억울한 일을 당한 어린 여자 피해자가 치밀한 복수를 계획하고, 자신이 먼저 나비처럼 변신하고, 그 과정에서 주변에서 도와줄 사람을 얻고, 결구 가해자를 파멸시키는 것. 여성 피해자의 성장 복수극이라 거의 같고, 주된 가해자가 여자라는 것이 다르다.
김은숙이 <더 글로리>가 <존 윅>, <테이큰>과 함께 세계 3대 복수극이 될 것이라 했는데, 이 둘과는 확연히 다르다. 두 영화는 '피해'가 되는 일이 단순하다. 자신의 강아지의 죽음과 딸의 유괴. 이에 반해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과 어른들의 방관과 공조 등 복잡하다. 가장 다른 것은 대부분의 복수가 상대의 고통과 육체적 죽음에 맞춰있다면, <더 글로리>는 상대의 '사회적 죽음'을 목적으로 한다. 이것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편견의 클리셰
박연진의 말, "난 이렇게 해도 아무 일 없고, 넌 이렇게 당해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난 여전히 괜찮고, 넌 또 끌려와서 여기 있잖아."
착취해도 되는 사람이 있고, 착취당해도 되는 사람이 있는 모순된 구조. 이것을 묘사하는데 참신함이 부족하다. 가장 윗선은 흐릿하고 중간과 말단이 알아서 받드는 것에 그친다. 박연진 모친의 무속, 이사라 부친의 교회, 전재준의 골프장, 그냥 존재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이 드라마에서 그 모순의 시작을 건드릴 생각은 없는 듯하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것을 꺼리고 적당히 개인의 사적 복수극으로 마무리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Part 2에서 회수할 것이 예상되는 떡밥들을 짚어보자.
'피해자들의 연대와 가해자들의 연대는 어느 쪽이 더 견고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사건이 생길 것이다. 손명오와 최혜정은 이탈했고, 강현남에게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연진 가족 뒤를 봐주는 경찰 간부도 그의 내연녀(점집에서 '난 팔자에 흙이 많은데 그 남자에겐 흙이 없데.'라고 했던)와 관련해 상황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전재준의 편집샵 직원이면서 박연진의 코디 역할을 하는 동창 경란, 동은의 다음 타깃, 피해자에서 아직도 그 패거리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녀가 어떤 역할을 할지도 기대된다.
'의사라서 사람 못 죽이잖아요.', '칼을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죠.' 이 대사에 해당되는 사건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 주여정의 분노는 가해자가 국가 시스템에 공적 복수가 이루어져 수감되어 있지만 분을 삭일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는 수술용 칼, 이것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용도로 쓰일지 궁금하다.
제목 <더 글로리>의 떡밥, 나팔꽃이 영어로 Morning Glory인데, 문동은이 빌라로 이사 온 첫날 집주인으로 받은 꽃이 나팔꽃이다. 하늘을 향해 핀 '악마의 나팔꽃', 이것을 포스터에도 들고 있다. 난 이것이 제목의 모티브라 생각하는데, 결과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