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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ver young Mar 05. 2023

한국 저출생 문제에 대한 생각

'왜 안 낳을까'가 아니고 '왜 낳을까'라고 먼저 물어야지!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라고 묻기 전에 '왜 아이를 낳을까?'라고 먼저 물어야지!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그것도 독보적으로 낮아서 말이 많다. 이 문제를 다루는 방향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모두 결과에 끼워 맞춘 것이라 공염불이다. 그래서 질문의 방향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최민식 배우)가 우진(유지태 배우)에게 "날 왜 가둔 거냐?"라고 묻자, 우진이 말한다. "그게 아니고..."

"날 왜 지금 풀어줬냐고 물었어야지!"

박찬욱 감독 영화 <올드보이> 중에서


답을 얻기 위해 하는 질문에는 순서가 중요하다. 인간의 지성은 원인과 결과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헷갈리고, 우연을 조건으로 억지로 엮는다. 목적과 수단도 잘 구별하지 못한다. 질문의 순서를 잡는 것은 그래서 어렵다. 아이를 낳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것인 양 말하지만 지금 30대 중후반 이상의 대부분 성인들의 어린 시절 성장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가족계획 포스터들

한국의 대부분 성인들은 이런 가족계획 포스터를 보며 자랐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아이 낳는 것을 혐오하도록 가스라이팅 당하면서 자랐다. 아이를 낳고, 젖을 먹이고, 양육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했다. 자기 형제자매가 많다고 말하는 것을 쑥스러워했다. 즉, '낳고는 싶은데...'부터 잘못된 말인데 '높은 집값', '교육 문제' 등을 원인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인간은 동물이고, '낳는다'는 것은 행동이다. 동물 행동의 동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그것을 하고 싶은 의지가 있어서 거나, 그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 행복 호르몬(세로토닌, 도파민 등)이 발생하고, 두려움, 공포(fear)가 해소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한다. 이것이 그 행동을 하는 원인이다. 본능으로서의 성욕이나, 종족 유지 같은 것을 적용하기에 출산과 육아는 적절하지 않다. 인간은 유전자(DNA)의 조종에 출산을 할 만큼 단순한 개체가 아니다. 호르몬 같은 말을 좀 더 일반적인 언어로 바꾸면,


스스로 삶의 가치, 생존 가치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삶이 단순했던 원시시대, 여자는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존재 가치였을 것이다. 그에 비해 남자는 맹수의 공격을 막아내고, 수렵 등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그래서 남자는 능력이 있고 없고에 따라 전혀 다른 대접을 받기 때문에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이, 더 똑똑하게, 하면서 자기 가치를 증명하려 애썼다. 여기서 낙오되면 스스로 좌절하거나 집단에서 배척되기 쉽다. 여자는 출산 능력만으로 이미 사회에 가치가 있는 존재라서 다른 능력이 부족해도 배척받지 않는다. 사자를 봐도 리더 이외의 수사자는 무리에서 쫓겨나지만 암사자는 그런 일이 없이 무리에 남는다. 가축도 주로 수컷을 먹는다. 암컷은 다른 생산 용도가 있지만 수컷은 고기밖에 없다.  


로마제국은 왜 인구감소 문제에 직면했을까?

로마제국 말기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독신세를 도입했다.

https://v.daum.net/v/5b10d919f3a1d40001493996


로마제국의 전성기 1억 2천만 정도였던 인구가 멸망을 앞두고 5천만 명으로 줄었다. 여러 원인이 있었지만 지배층의 출산 기피 풍조가 중요한 원인이었다. 그래서 아우구스투스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미혼의 남녀에게 세금을 더 걷거나, 주요 공직에 오르기 어렵게 페널티를 줬다. 세금과 투표권 행사는 평민 이상의 계급에 해당되는 일이다. 


행복 호르몬 생성이 가능한 방법이 다양해지면 출산과 육아를 할 이유가 줄어든다.


로마제국이 전성기에 이르면 다양한 수단으로 자기 존재가치 증명이 가능해진다. 굳이 가정을 이루고, 육아를 하지 않아도 삶이 충분히 행복하고 행복 호르몬이 발생한다. 저출산 문제는 과거의 로마제국뿐만 아니라 현재의 대부분의 선진국이 겪는 문제다. 요즘은 SNS와 커뮤니티로 교류하며 콘텐츠 생산까지 쉬워서 자기표현과 자아실현이 훨씬 수월하다. 가족을 이루는 것이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되기도 한다. 저출산은 선진국에서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가 유달리 심한 것을 설명하는데 부족할 뿐이다.  


정리하면, 인간의 행동 중 '출산'이라는 것은 삶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지만 유일한 것은 아니라 대체 가능하다. 특히, 기술 발전으로 여성이 신체적 불리함이 없이 사회생활을 통해 자아실현이 가능해지고, 남성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자기 존재 가치를 확인할 일이 줄어들면서, 예전처럼 출산의 필요성이 떨어졌다. 도시가 출산율이 낮고, 일상이 별 특별한 일이 없는 시골이 출산율이 높은 이유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과거 가족계획이라고 하면서 출산 기피를 부추겼다. 출산과 육아가 행복 호르몬을 분비시키는 일이 아니라, 불안과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키는 일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겪는 저출산의 원인이고, 우리나라 저출산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낮은 출산율을 갖는 원인이다.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행복이 대립할 수 있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 출산을 많이 했을 때 국가는 '가족계획'이라며, 국가 사회의 행복을 위해 출산을 억제했다. 지금은 개인의 불행을 피하려고 저출산을 하고 있는데 국가 사회의 행복을 위해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어리석은 일이다. 국가를 위해 국민이 존재한다는 과거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대착오다.


다른(고대 로마 포함) 저출산은, 출산과 육아에 비견될 행복 추구 수단이 증가해서 생긴 문제라면, 한국은 여기에 더해 출산과 육아가 불행을 주는 (하려면 극복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그래서 해결책은 출산과 육아가 남녀 개인 모두에게 행복한 일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 출산 이외에 다른 자아실현 수단을 막을 수도 없고, 로마처럼 미혼이라고 세금을 매기고 권리를 박탈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출산과 육아가 주는 근원적이고 본능적인 행복을 알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물론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 정부라면 협박하고 압수수색으로 해결하려 할 것인데, 대통령부터 무자녀라... 



요약)

1. 사람의 행동은 행복 호르몬을 증가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려고 하는 것이고, 결혼과 출산은 남녀 모두에게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행해져 왔다.

2. 고대와 현대를 불문하고 결혼과 출산 이외의 다른 수단이 많아지면 출산율이 감소했다. 현대는 기술 문명의 발전으로 남녀 모두 다른 자아실현 수단이 증가했다.

3. 우리나라는 '가족계획'이란 명목으로 출산을 혐오하도록 가스라이팅 됐다. 그래서 출산율 낮은 국가 중에서도 유별나게 더 낮다.

4. 저출산을 해결하려면 결혼, 출산, 육아가 남녀 모두에게 행복하고 스트레스가 낮출 것으로 인식되게 해야 한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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