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orever young Mar 10. 2023

저출생과 익숙한 허구, 편리한 거짓

호모사피엔스의 종특, 대규모 사회 결속을 위해 허구가 발생


우리나라 저출산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면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높은 부동산 가격, 부담스러운 교육비, 나 혼자 삶도 건사하기 힘든 팍팍한 젊은 층의 삶 등이다. 그래서 이것들이 해결되어야 편하게 아이 낳고 살 수 있게 되어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다. 완전히 허구다. 익숙한 허구, 편리한 거짓이다.


관련 글은 '왜 안 낳을까'가 아니고 '왜 낳을까'라고 물었어야지!에서 한번 다룬 바 있다.


주변에 이런 걱정 없는 사람들 중에 2명 이상 다자녀를 두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재벌가 사람들, 유명 연예인 같은 부유층 중에 비혼이거나 무자녀가 흔하다. 사람들의 경제력이 좋아져도 출산율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다. 무엇보다 고대 로마제국이 전성기 이후 지배층의 출산 기피로 인구가 급감하여 멸망에 이르렀다는 것도 좋은 증거다. 로마제국도 지배층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국세청의 블로그, 로마제국의 인구감소 대책


남자는 허세, 여자는 유세


즉, 결혼과 출산, 육아는 사람의 인생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버킷리스트 후보군 중에 하나일 뿐 모두에게 1순위 항목이 아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만들려면, 여자는 자신의 가임 능력으로 유세를 떨고, 남자는 자신의 능력을 상대에게 과시하는 허세를 떨어야 한다. 선진국 국민일수록 이런 행위의 매력도는 떨어진다. 결국 아이를 갖는 것도 성취욕을 자극하는 여러 위시리스트 항목 중 하나일 뿐이고 다른 행위와 경쟁관계에 있는 것이지 필수도 아니고 최우선은 더더욱 아니다.


다른 일이 아이를 갖고 기르는 기쁨을 대체하는 경우는 흔하다. 게다가 이것은 다른 희망 항목에 해당하는 것을 포기해야만 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까지 있다. 성취하고 싶은 일, 탐구하고 싶은 미지의 세계, 취미 생활과 친교 등, 결혼과 육아를 선택하면 못 할 것이 많다.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포기하는 이유다. 그래서 선진국 출산율이 2명을 넘는 일은 거의 없고, 먹고 살기 버거운 저개발국의 출산율이 오히려 높다.


정리하면, 저출산을 하는 국민들이 환경이 바뀌어서 출산율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없다. 이민자가 들어와서 인구를 늘이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높아져 인구가 증가할 일은 없다. 다만 감소 속도를 조금 낮추는 수준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불편한 진실은 왜 전달되지 않고 허구의 이야기(부동산 탓, 교육비 탓 등)만 유통될까?


진실을 외면하고 허구에 끌리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의 종특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는 인지 혁명을 통해 언어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을 키웠다. 하지만, 진실한 내용으로 응집력 있는 집단을 유지하는 것은 최대 150명이 한계라고 한다. 더 큰 사회, 대단히 많은 숫자의 낯선 사람들끼리 협력하는 것, 국가 단위의 사회를 결집시키기 위해서는 '허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국을 위해서는 허구로 가득한 신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사피엔스>같은 정보를 담은 책은 소수만 읽고, <해리포터>같은 소설은 많은 사람이 읽는 것도 비슷한 이치다.






저출생의 원인에 대하여 뻔한 거짓된 말은 통하고, 진실의 정보는 유통되지 못하는 이유는 허구는 쉽게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지만, 진실은 불편하고 전파력이 낮아 소수의 사람밖에 설득하지 못한다.

최근 드라마 <환혼>에 나와서 화제가 됐던 대사,

악은 이토록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데, 어째서 선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가?


드라마 <환혼> 마지막 회 중에서


악과 거짓은 사람들을 쉽게 설득하지만, 진실과 정의는 계속 의심받는다. 그래서 이 대사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JMS이야기나 사이비 종교 이야기를 봐도, 사람들은 거짓에 쉽게 휘둘린다. 그리고 진실을 알려주려 하면 거부하기 십상이다.


거짓에 쉽게 현혹되는 사피엔스의 본성을 극복하고 진실을 마주하려 그만큼 큰 의지가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 저출생 문제에 대한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