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연출 목적이 커플 만들기가 아닌 사회 실험이 아닐까?
니 들이 아무리 또라이 짓 해봐라. 누가 더 또라이인지.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이야기 속 PD가 편집을 하면서 한 말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병헌 연출, 극본)에서, 극 중 사이 나쁜 대학 동창이었던 은정(전여빈 배우)과 소민(이주빈 배우)은 토크쇼에 패널과 MC로 나와서 서로의 악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둘 때문에 프로그램이 엉망이 되었지만 담당 PD는 '너희보다 내가 더 또라이다.'라며, 이 둘이 매우 가까운 사이인 것처럼 편집해 방송에 내보낸다. 앙숙을 절친으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
이렇듯 편집권을 가진 PD는, 시청자에게 보이는 출연자들의 이미지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나갔던 퀴즈 프로그램에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일반인 출연자가 카메라가 돌아가는 중에 최종 편집된 자기 모습이 어떻게 될지 알기 어렵다.
나는 이번 <나는 솔로> 16기 출연자들 중에 유달리 특이한 사람들이 많았다기보다, PD가 의도했건 안 했건, 주어진 특이한 조건 때문에 특별한 사회 실험적 에피소드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나르시시스트 영숙, 과잉 솔직 현숙, 무한 반복 상철 등.
출연자들 간의 상성이 무너지고 대처 불가의 대혼란의 시작은 옥순의 포르셰가 아닐까 싶다. 그러지 않아도 돌싱의 특성상 각자가 처한 상황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데, 재력의 차이가 너무 크고 아이도 없다. 직업도 흔치 않은 화가에 미대 교수. 말 붙여서 긴 대화를 끌고 갈 소재를 잡기 쉽지 않다.
이런 옥순을 가장 버겁게 여긴 사람이 영자인 듯한데, 하필 영자+옥순 : 광수의 2 : 1 데이트를 하면서 자존감이 급락한 것 같다. 그런데, 다음으로 택한 데이트 상대인 영수에게 무시를 당하면서 평정심을 잃은 것 같다. 이로 인해 16기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는 첫 번째 사건이 영자의 입에서 시작된다.
전혀 근거 없는 황당한 거짓말이 와전되다 결국 진행 중인 커플은 파국을 맞음
영수와 영자의 데이트에서 영자가 영수에게,
"옥순이 첫인상 선택에서 영수가 아닌 영철을 택했다."라고 하자, 영수는,
"옥순이 나에게 말하길, '첫인상 선택에서 처음에는 영수님이었다. 그런데, 영수님 뒤에 두 명의 여자가 따라가서 세 번째 여자가 되기 싫어 그다음의 영철을 택했다.'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것을 영자는 다른 여자 출연자들에게,
"옥순은 영수와의 데이트에서 '나의 마음은 처음부터 영수님이었다.'라고 말했다."라고 옮겼다.
결과적으로 영자가 거짓말을 한 것이지만, 이 정도의 사실 왜곡은 흔한 일이다. 인간의 기억은 매우 불완전해서 이런 기억의 오류는 발생할 수 있지만, 보통은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바로잡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서는 진실은 촬영한 스태프들만 알고 묻히고, 거짓은 영숙에 의해 더 강화됐다. 이른바 '경각심' 발언으로 광수는 옥순을 불신하게 된다.
나르시시스트(자기애성 성격) 영숙
자기애성 성격을 가진 사람은 자기가 주인공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방해하는 사람을 공격한다. <나는 솔로>에서 여자 출연자 중에 '옥순'이란 이름은 축구로 치면 '등번호 10번'처럼 취급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16기의 옥순은 재력이 있고, 아이가 없는 등 공격할 포인트가 없었던 차에, 영자가 '옥순은 솔직하지 않은 선택을 다른 사람에게 보였다.'라는 말에 공격포인트를 찾은 것이다. 그리고 광수는 그런 옥순과 커플이 되어가고 있었기에, 영숙은 미움을 과하게 표현했다. 상철의 표현에 의하면 영숙은 '방송에서 저렇게 막 행동해도 되나' 싶은 행동을 여러 번 했는데, 방송에 나간 것은 그나마 줄여서 보냈다고 한다. 영숙도 인정함.
영숙 잡는 옥순
나르시시스트에게 사과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것이 그 특성이기에. 최근 검사들이나, 검사 출신 정치인들에게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이것을 이끌어낸 것이 옥순이다. 빠져나갈 수 없게, 다른 핑계나 꼬투리 잡힐 긴 문장 쓰지 않고 명료하게 사과를 요구한다. 감정도 싣지 않았다. 이것으로 영숙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그 사과는 누가 봐도 충분하지 않았지만, 형식적으로 끝난 일이니 재론하지 않아 반격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 나르시시스트를 대처하는 정답에 가까운 태도다.
자신이 옥순에게 사과했다는 것이 분했던 영숙은 만회의 기회를 노린다. 그래서 종방 후 기회만 있으면 옥순을 비난하며, 험담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다 고소 공방까지.
여기서도 옥순은 또 한 번 빛을 발하는 대처를 한다. 최후통첩으로 다시 한번 영숙의 사과를 받아낸 것.
자기애성 성격을 가진 사람과 엮기에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며 안전한 절연을 하는지 좋은 본보기다. 인격장애에 가까운 성격 이상자는 적지 않다. 심리학자들의 통계를 보면 적어도 10%는 넘을 것 같은데, 나의 인간관계 보호를 위해 이런 '심리적 호신술(?)'을 익혀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현숙은 영식과 그의 자녀들이 방송을 볼 것이라는 생각을 안 했나
솔직함 그 자체로 선한 것이라 할 수 없다. 과한 솔직함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거나, 일을 그르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현숙은 제작진의 카메라 앞에서 '연애는 영호, 결혼은 영식'이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애첩 기질, 본처 기질'이라는 책도 있었던 만큼 혼자 생각하거나 아주 친한 친구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방송이 나가면 그 이야기 듣게 될 상대방 생각을 했어야 했다. 그리고 최종 커플이 된 영식의 자녀들도. 아이들이 이런 현숙을 보고 어떻게 새로운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 같다.
영철도 "나니까", "말 잘해야 해!" 등 솔직한 말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했다. 이런 적나라한 모습을 연인에게 보여줘서 좋을 것이 없다. 둘 다 방송에 몰두해 솔직함이 과했던 것 같다.
결국, 두 커플 모두 방송이 나가는 기간에 결별했다고 한다.
솔직함을 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 반대를 위선이라며 매도하려는 경향이 있다. 선을 가장하여 상대에 손해를 주고 자기의 이익을 취하는 것은 위선이라 할 수 있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과 행동을, 솔직하지 못하다며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 프로그램의 PD(남규홍)는 커플이 이뤄지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궁금함 해결을 위해 출연자들을 실험에 동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긴 출연자들 중에 자신의 SNS 홍보를 위해 나온다고도 하니 서로 이해관계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참고 : 블로그 형식으로 쓴 글
https://blog.naver.com/futurist-x/223239364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