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의 꺾인 목처럼 관객의 목도 꺾어지게 만드는 영화
한 줄 평
한효주가 입고 있는 누더기 옷 같은, 스토리도 1편과 2편의 것을 누더기로 겹쳐놓은 망작
NO 스포 zone -----------------
요즘 영화계가 전작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성공하기 힘들어서인지 전작을 따라 시리즈물을 시도했는데, <신세계>에서 최민식의 대사가 떠오르는 작품이다. '이러면 완전히 나가린데...'
류준열과 진서연이 출연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그들의 좋은 선구안으로 봐야겠다. 감독 백종열은 <뷰티 인사이드>의 감독으로 캘리그래퍼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 곳곳에 캘리그래프를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정작 제목은 손대지 못했다. 그래서 '2'라는 숫자만 힘줘서 썼다.
이 제목의 타이포그래피가 감독이 전작을 지우지도 못하고 따르지도 못하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캘리그래피로 써봤다.
제목 '독전'도 어색하다. 督戰 : 싸움을 독려하다. 북돋워 주다 에서 온 말일 텐데 영어 제목 <Believer>가 훨씬 내용에 맞다. 마약 조직 내부자와 경찰이 한편이 되어서 더 위의 조직 보스를 잡는다는 스토리의 뼈대에, 번역체 같은 '독전'보다 차라리 영어 'believer'가 맞다.
스포 주의 zone ---------------------
서영락 역에 류준열이 아닌 오승훈이 나와서 처음 몰입을 방해한다. 그래서 초반은 물론 중간중간 1편의 스토리를 전달해 준다. 그래도 극복하기 어려운데, 가장 중요한 '이선생'이 중국 마약 조직의 보스로 그려진다. 그러면 1편에서 진하림(김주혁 배우)이 한국에 이선생 만나러 온 것으로 설정된 스토리는 모두 파괴된다. 2편에서는 변요한 배우가 진하림 역을 맡아 짧은 분량으로 나오는데,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이선생을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서영락 대리(류준열)가 이선생이라는 설정을 이렇게 바꿔버리면 1편과 2편은 같이 망하는 것이다. 류준열이 2편을 거부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시종일관 꺾여 있는 한효주(큰칼)의 목, 그걸 보는 관객의 목도 꺾인다.
'쟤 왜 저러지?'라고 하며
큰칼 역은 가장 망한 캐스팅이다. 감독 백종열의 전작 <뷰티 인사이드>에서 한효주를 썼기에 여기에 등장시킨 것으로 밖에 설명이 안된다. 조직의 최상위 위치에 있으면서 늘 누더기를 입고 나온다. 후반부에 상의 탈의하며 맨살을 노출하는데 그 맨살도 누더기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안경을 쓰고 있어서 저것은 설명이 나오겠구나 기대를 했는데, 이선생이 준 것이라 애지중지했다는 설정이다. 이선생을 가족, 아버지로 생각해 서란다. 그런데 그 큰칼의 이름이 섭소천이다. 이선생의 친딸은 아닌 것인데 왜 딸 대접을 받기를 원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왕조현이라는 청춘스타를 탄생시킨 <천녀유혼>에서 극 중 이름 '섭소천'을 가져온 것도 한효주에겐 마이너스다. '소천'이란 한자는 정확히 그대로 가져왔던데, 영화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류준열의 빈자리를 오승훈이 채우는 것은 애당초 어려운 일이라 언급은 패스.
브라이언 리(차승원 배우) 역할은 2편이 1편보다 나은 유일하다시피 한 배역이라, 1편의 어색함을 많이 극복했다. 긴 머리를 짧게 자른 것이 잘 어울렸다. 존댓말을 항상 쓰다가 한번 욕을 하는 것도 꽤 찰졌다.
한국 영화의 성공 공식, 경찰이 마약 공급책을 잡는 이야기
한국 현실의 마약 사건, 검찰이 마약 수요자를 잡아 언론 플레이하는 이야기
<극한 직업>, <범죄도시3>, 최근 대박을 친 한국 영화는 경찰이 마약 공급책을 잡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마약을 공급하는 조직을 잡는 이야기는 언론을 타지 못한다. 검사들과 검사의 이야기를 받아쓰기 좋아하는 언론에게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검사와 언론은 마약 공급 조직을 잡는 일에 관심 없고 유명인이 마약을 복용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 큰 이슈를 만들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좋고, 높은 수임료를 받을 수 있어 그들의 주머니를 불리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마약 공급책은 잡아봐야 경찰 몇 명이 특진하는 일 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은 대 놓고 1편의 마지막 장면을 파괴했다. 농아인 마약 제조 기술자들의 모습이 1편과 다를 수밖에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리를 살려둬서 시리즈를 이어나가기 위해 기술자들의 몸을 망가뜨려 놓다 보니, 1편의 마지막 장면과 같은 장면을 연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편만 망한 것이 아니라 1편을 끌어안고 같이 망하는 길로 간 것이다.
원하는 것을 이뤘을 때 찾아오는 허무함. 그래서 자살이나 자살과 같은 죽음을 택하는 것.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복수를 완성하고 나서 자살한 것과 같다.
인생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
하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는 것,
다른 하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갖는 것이다.
There are only two tragedics in life. One is not getting what one wants, and the other is getting it.
오스카 와일드 (아일랜드 극작가)
극적인 결말을 만들고자 이런 방향을 택한 것 같은데, 어째 됐건 아니 만든 것만 못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