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 출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중략)
이렇게 나는 떠나네
더 넓은 세상으로
https://youtu.be/xgvckGs6xhU?si=LWTybpANexPvGCTh
"다양한 걸 해봐. 넌 지금 뭐든 할 수 있어."
엄마의 진심어린 조언에 나는 떠올렸다.
내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뭘까?
바로 여행이었다. 그것도 혼자 가는 여행.
기차여행하면 떠오르는 게 다들 하나쯤 있을 것이다.
낭만, 삶은 계란, 카메라, 상쾌함, 설레임 등등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들로 넘쳐난다.
21살, 무거운 배낭 하나만 짊어진 채
서울역에 들어가며 내가 느꼈던 감정은 '자유'였다.
익숙한 서울역이 이렇게 새롭게 느껴졌던 적이 없다.
아무 감정 없이 보던 전광판에는 내가 탈 전주 행 기차가 적혀있다.
오늘만큼은 저 전광판이 내게 큰 의미를 가진 특별한 것이다.
핸드폰으로 미리 예매한 기차표를 보며 내가 탈 기차가 맞는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확인한다.
처음 타본 KTX는 매우 넓었다.
사람은 많지 않았는데 사실 1월 말의 월요일이었기에 사람이 많을 리 없었다.
파란색과 흰색으로 치장한 의자는 내가 앉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난 배낭을 끌어안은 채 창가 쪽 자리에 앉아 가만히 기차 내부를 관찰했다.
앞뒤 좌우로 아무도 없었고, 대각선 뒤 쪽으로 한 아주머니와 7세 쯤 되어 보이는 꼬마 아이가 앉아 있었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단란한 모자의 모습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행선지가 어디인지 묻고 싶었다.
물론 실제로 묻지는 않았다. 난 그 정도로 활발한 성격은 아니었다.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싶었지만 열차가 출발할 때까지 꾹 참는다.
무조건 내 여행의 첫 음악은 김동률의 <출발>이다.
'여행'이란 가치에 한껏 기대감을 주었던 것이 이 노래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 노래를 들으며 여행길에 오르면 어떤 기분일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덜컹덜컹'
열차가 출발한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실제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얀색 줄이 길게 늘어진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여행의 설렘을 알리는 플룻 소리와 함께 김동률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지나치는 풍경들을 바라본다. 역사를 넘고 아파트를 넘고 지나치는 차들을 뒤로 한다.
항상 상상만 하던 일이 현실이 될 때, 사람들은 보통 어떤 감정을 느낄까?
내가 느꼈던 감정은 '어색함'이었다.
참 이상한 기분이다.
옆에는 아무도 없고 내가 향하는 목적지에도 아는 사람이 없다.
날 기다리는 건 전주비빔밥과 한옥마을 그리고 예약한 민박집의 주인이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가는 것도 아니며 어떤 활동을 하기 위해 가는 것도 아니다.
음악을 가만히 들으며 내가 왜 여행을 떠나려 했는지 생각해본다.
당연하게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떠난 여행이다.
그저 지금은 이 여행이 재밌기를, 가방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무탈하게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이렇게 나는 떠나네. 더 넓은 세상으로' 를 끝으로 노래는 끝이 난다.
한 곡 반복을 켜놨었기에 잠시 기다리니 다시 플룻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의미없는 잡생각들이 한 겹 한 겹 벗겨진다.
여행의 의미가 뭐가 중요하겠나. 떠나는 게 중요한거지.
여행의 시작이 꼭 설레야만 하겠나. 어색할 수도 있는거지.
정해진 길은 없다. 그저 넓은 세상으로 떠날 뿐.
나의 첫 솔로 여행은 그렇게 어색한 기분으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