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 - 이중 하나는 거짓말

연약함의 힘

by 거베라

1. 나의 비밀은 너의 비밀을 도와


사람은 본능적으로 나와 비슷한 사람한테 끌린다. 나의 아픔을 이해해줄 것 같고, 나와 같은 장면을 보고 울어줄 것 같아서. 기쁜 감정에 대한 연결보다 슬픈 감정에 대한 연결이 더 어렵기 때문 같다. 나는 사실 본능적으로라기 보단 더욱 과격하게 필사적으로 나와 동일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남몰래 찾아왔다. 유사한 모양을 발견했을 때, 괜시리 힘들면 1년에 한 번 연락하던 그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비밀스러운 마음으로 그들과 나를 비교하고, 또 부끄러움이 그늘진 새벽에 나를 뉘우친다. 이 책은 각기 다른 아픔이지만 비슷한 쓴 맛을 겪은 이들의 이야기이다. 버티게 해주는 새로운 존재와 병적으로 지속되는 상실감, 그 안에서의 내적 고백. 성장 서사라는 말을 쓰기보단 평범한 어떤 삶에서 흐르는 시간의 줄기들의 분출이랄까. 어쩌면 더 특별하지 않아 담백히 씁쓸하고 적당히 아름다운 이야기라 좋았다.


2. 시작과 끝을 받아들이는 무던한 마음


사람의 생명이라는 원초적 씨앗에서부터, 눈을 떠 맺어가는 많은 관계의 시작과 끝을 겪고, 나의 마음에서 수없이 피어나는 감정의 생성과 소실까지. 세상을 살아가는 한 시작이 주는 설렘과 동시에 끝이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마음속에 갖고 살아가야 한다. 혹자에게는 그리고 이 책의 한 주인공에게도 끝은 불안이 아닌 안심이다. 지겨운 어떤 이야기의 끝이 없다면 그것을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너무 가혹할테니까. 하지만 나에게 끝은 아직 새로운 시작을 위한 이전 세계의 끝이 아니라 지금 세계의 종말처럼 느껴진다. 나는 그래서 요즘 내가 믿는 신을 하나 만들었다. 이 마음은, 끝이 종말이 아닌 다른 세계로 향하는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너무 늦게 그리고 필요할 때 창조해버린 신이라 그 신이 나를 도와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도 끝끝내 빌고 소망할 거다. 우리의 삶이 시작되어, 내가 당신을 만나고, 당신이 준 사랑에 아직 보답하지 못 하여 당신을 떠나보낼 준비가 아직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우리가 거스를 수 없는 죽음이라는 것이 작년보다는 더 나의 앞에 도사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당신의 아낌없는 예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시작을 할 수 있어 대단히 행복했다고!


시작과 끝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와 그 각각이 주는 울림에 괜시리 나를 둘러싼 수많은 시작과 끝을 떠올려보고, 그 선에서 우린 이걸 어떻게 바라보고 이겨내왔는 지. 어떤 느리고 약한 마음일지라도 이걸 아름답게 보는 사람으로 자라날 것인 지 다시금 고민하게 해주는 책이다.


3. 오해와 이해라는 한 끝차이


어린 주인공은 모르는 어떤 어른의 삶을 오해하다 이해하고, 이해를 넘어 공감하고, 공감을 넘어 투영한다.

우린 모두 너무 이기적인 존재라 내가 편할대로 해석한다. 어쩔 때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노력을 외면한다. 내가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하지만 그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어떠한 서사들이 있다. 그랬겠지. 이렇게 해야 하겠지라고 누군가의 성의와 울음을 외면한 적은 없었는 지, 그리고 아직도 얼마나 많은 이해가 부족했는 지 나의 부끄러움을 한번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나는 헤어짐이 두려워서, 매도 빨리 맞아야 한다고 어쩔 땐 그대가 없는 삶을 더 철저하고 깊고 마치 눈앞에 펼쳐지듯이 개워내고 상상하고 간직한 적이 있었다. 미리 예행연습을 하는 거다. 그런 내가 너무 밉지만서도, 또 그 때의 나의 마음을 떠올리면 스스로에 대한 우스운 연민같은 감정도 생긴다. 할머니가 아프다. 말하면 인정하게 될 거 같아 인정하기 싫지만, 이제는 해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내가 가진 과거의 아픔을 더 끄집어내어 표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에겐 비슷한 모양을 가진 이들의 일상적인 위로와 그렇지 않아도 나를 이해할 수 있는 나보다도 나를 잘 아는 이들이 주는 따듯한 포옹을 붙잡고 이 시기를 보낼 수 있게 됐다. 나는 그대가 언제나 나의 삶에 존재한다는 걸 안다. 그대가 반드시 내 곁에 숨쉬고 있지 않더라도, 그대는 밤하늘의 별이든 봄에 피는 한 송이의 꽃이든 새벽에 찾아오는 어스름이든 그 누구보다도 부지런한 그대의 성격으로 나를 지켜줄 것을 안다.


요즘 나는 불행한 아이 증후군에 걸린 거 같기도 하다. 모든 책을 읽어도 어떤 장면을 보아도 뭐든 나의 서사로만 왜곡한다. 당신은 나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 온갖 사랑과 보살핌으로 세상에 둘도 없는 자식처럼 소중히 키웠다. 당신은 누구보다 나의 불행을 바라지 않을 거다. 씩씩히 이 삶을 살아가길 바랄거다. 당신과 나의 홍연은 나를 살리고 당신을 살릴거다.


- 당신에게, "끝"은 어떤 의미인가요?


p.s. 울지 않고, 호탕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희망찬 책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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