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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가 가져다 준 선물

일상 점검 프로젝트 (2)

by 노랑오리 Jan 02. 2025

얼마 전 아내가 치과를 내원한 후 검진을 받고 자못 심각한 얼굴로 내게 왔다.


"내일 사랑니 뺄려구 그래, 오늘 치과 선생님이 너무 겁을 주는데.. 결국 맞는말 같아서"


아내가 이런 말을 하기 전 부터, 나도 사랑니가 있었고 뺄 생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까우면서도 평이 좋은 사랑니 전문 치과는 이미 찾아두었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웠었기에 예약을 했다가 취소했다가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아내는 바로 내일 가서 발치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조금 얼떨떨했지만 알겠다고 했다.


아내의 발치 당일이 되었다.

아내는 휴가였기에 오전에 발치하러 내원했고 나는 출근해 있는 상태였다.


메신저로 내게 연락이 왔다


"정말 내가 어제 왜 오겠다고 했는지, 누워서 덜덜 떨면서 기다리고 있어..
발치 오늘 하겠다고 한 어제의 내 자신이 정말 원망스러워"


라고 하는 것이었다. 순간 피식했다.

하지만 동시에 느끼는 바가 있었다.

가서 무서워 할지라도 일단 결정한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것이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보다 빠르게 발치를 끝내고 연락이 왔다.


"마취가 제일 아팠고, 사랑니 뽑는건 하나도 안 아팠어"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에 미뤄놨던 일을 해결하니까 너무 기분이 좋아"


그 말을 듣고 나도 더 이상 미루지 않기로 했다.

아내의 발치 일로 부터 1주일 후에 사랑니 발치 예약을 했고,

나도 당일에 덜덜 떨면서 치과로 갔다


치과에서 의외였던 점은 CT 촬영할 때 이빨을 덜덜 떨 정도로 긴장했는데

정작 수술용 의자에 누웠을 때는 마음이 평온해졌다는 것이다.


마취 주사도 전혀 아프지 않았고, 수술 중에도 아프지 않았다.

이럴 거면 조금 더 일찍 올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놀랍게도, 사랑니에 충치가 좀 있다고 했다.
때가 너무 늦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수술 하고 나온 이빨을 보니 참 기분이 시원했다.


여기서 또 한번 느꼈다.

오래 우물쭈물 했을 때 분명히 후회할 일에 대해서는 결단 내리고 움직여야한다는 것을

일에 신중한 것은 중요한 것이지만

계속 기다려봐야 상황이 악화된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해보는게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참 바보 같게도 이런 상황이 되어서야 또 다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것을 알게 해준 아내에게 오늘도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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