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점검 프로젝트 (3)
내 아내와 나는 직장이 떨어져 있어서 주말에 밖에 볼 수가 없다.
아내의 직장이 비교적 지방이고, 내 직장은 수도권이다.
그렇기에 합의 하에 주말에는 수도권에서 모여서 같이 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
약 1년 반정도 그렇게 지내고 있다.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일이 바쁘고 다른 모임이 겹치는 등 다양한 일이 발생해서 힘들어지면
아내 입장에서는 짜증과 화가 솟구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비교적 이전에 내가 서운하게 했다고 생각하는 포인트까지 말로 나오게 된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었다.
현재 수도권에서 우리의 임시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은 8평 남짓한 공간이다.
지금은 우리가 주말 부부 생활을 하기에 방의 좁음이 그렇게 와닿지는 않지만
이전에 부부가 되기 전, 둘 다 수도권 근무할 때는 그 방의 좁음 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다.
나는 부부가 되기 전이니 좀 신중하게 현 상황을 유지하는 의견을 냈었다.
또한 평수를 옮기게 되면 직장에서 멀어지게 되니 그것이 싫기도 했다.
반면 당시 여자친구 였던 아내 입장에서는 어차피 결혼 할 건데 미리 옮기면 안되는지
그것이 불만이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에 결혼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집을 큰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하였다.
그래서 난 이 건에 대해서는 해결이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의 마음속에서는 사실은 완전히 해소가 안된 문제였던 것이었다.
그 주제에 이어서 아내가 다른 사람들은 비교적 풍족하게 사는 것 같은데
우리는 왜 이렇게 시간과 돈에 쪼들리면서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서럽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 그게 핵심이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피곤하고 힘들고 고생하면서 살아야하는 자신의 처지가 불쌍했겠지
이런 상황이 모두 자기의 탓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관대한 경우가 꽤 있으니까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푸념하고 약간 미운 감정이 든 것이다.
어떻게 보자면 아내가 가장 의지했고 가까운 사이인 남편의 부족한 점이 먼저 보였겠지
남편인 내가 돈을 더 잘 벌고, 자기 말을 좀 더 잘 들어줬으면
이렇게 까진 힘들지도 않고 서운하지도 않았을텐데
라는 일종의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나온 결론일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 말을 듣고 발끈해서 조금 냉랭하게 이야기 했다.
이야기 하다가 더 말하면 감정 소모전이 될 것 같아서
30분 정도 냉각 시간을 가진 후 다시 전화해서 말을 이어갔다.
냉각 시간 후, 나는 아래와 같이 이야기 했다.
이전에 내가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서로 대화를 했었고,
그 이후에 나는 시간을 들여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아내 입장에서는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이 우선시 되는 가치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비교적 그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존중해서 맞춰 나가고 있다.
따라서 일단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다양하게 노력을 해야된다고 생각했다.
첫째로는 수입 증대가 필요하다.
나의 직종 특성 상, 영어를 잘해서 글로벌에 나가야 연봉이 크게 오른다.
그래서 알다시피 매일 1시간 정도 비즈니스 회화를 공부하고 실천하고 있다.
둘째로는 절약이다.
내가 이전에는 은근히 돈을 안쓴다고 말만하고, 여기저기 새는 돈이 많았다.
따라서 할인도 잘 알아보고, 적금 등을 들어서 새지 않도록 시스템화 했다.
셋째로는 다양한 방법의 투자다.
이전의 나는 조금 답답하게도 투자는 돈을 잃는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니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이해했다.
비교적 리스크는 있지만, 시도를 해봐야 느는 것이므로 월급의 20%를 투자에 쓰기로 했다.
저번에 말했듯이 미국 JEPI 투자 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따라서 나는 아내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미래를 위해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던지, 지금 나는 개의치 않는다.
만약 내가 정말 아내의 입장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그건 내 문제가 아니다
그건 아내의 평가 기준 문제고, 기준 미달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면 관계를 재고해도 좋다
라고 이야기 했다.
다 듣고 나니 아내는 오히려 마음이 나를 약간은 인정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 틈을 노려서 지금 아내가 힘들고 고생하는 것에 대해 나는 충분히 고맙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관계는 다시 일단은 정상화 되고, 아내가 좀 마음이 풀린 상태로 잘 수 있게 된 것 같다.
매번 하는 일이지만 이런 해결은 지혜롭게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마냥 부드럽게만 해서도 안되고 절대로 윽박질러서도 안된다.
냉정과 온정 사이, 단호와 친절 사이를 줄 타면서 배려해야 잘 되는 느낌이다.
내가 노력해야하는 것은 일단 기본이기도 하고...
잘 해결하고 다음 날 아침에 상태가 어떤가보기 위해 응원하는 카톡을 했는데 답장이 없다.
아마 바빠서 답장을 안하는 것이겠지만 조금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어제의 내 자신을 믿고 조금 떨어져서 기다려봐야겠다.